[성명서] 허울뿐인 인권국가에 분노한다. - 인권활동가 박래군, 조백기를 즉각 석방하라!
입만 열면 인권존중을 외치던 이 나라의 정부와 사법부가 있을 수 없는 폭거를 저질렀다. 평택에서 이 땅의 평화와 인권,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켜나가려고 했던 인권활동가들과 주민들에게 야만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급기야 박래군, 조백기 등 인권활동가들을 구속했다. 인권이 진정하게 보장되고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잡아가둠으로써 스스로 인권을 말살한다는 것을 드러낸 허울뿐인 ‘인권 국가’가 저지른 작태에 우리 성소수자(레즈비언,게이,트랜스젠더 등) 인권운동진영은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은 엄중하게 묻는다.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인권과 평화의 가치는 도대체 무엇인가? 인간으로서 누구나 생존과 품위를 보장받으면서 결코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으며 다양한 차이가 존중받은 채로 다른 이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권이며 평화이다.
그러나 이 땅의 현실을 어떠한가. 봄이 되어 농민이 농토에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당연한 원리를 용역업체 폭력배들과 경찰들이 중장비를 동원해서 농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막아서는 것이 과연 조화로움인가. 평택 땅의 풍요로움과 이곳 주민들의 주거권 및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당연하고 정당한 일을 했을 뿐인 인권활동가들을 잡아넣는 것을 도대체 인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생명을 일궈내고 또 다른 생명들을 키워내는 땅을 외국의 군대에 내어주는 것이 저들이 말하는 평화인 것인가.
우리는 이제 이 나라의 정권이 말하는 인권이 무엇인지 알겠다. 오직 강대국과 가진 자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자기들 마음대로 생각하는 이 땅의 풍요로운 발전인 것이고, 힘없고 핍박받는 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는 것이 저들이 바라는 인권이며, 삶의 터전과 이 땅의 평화를 지키려는 자를 가차 없이 인신구속하는 일이 저들이 이루고자 하는 평온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꼼짝 없이 억눌린 채 살아가게 하면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들을 외치는 일을 철저히 막으려고 하는 것이 저들의 본뜻임을 뼈저리게 알겠다.
우리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은 강력히 경고한다. 인간과 사회의 자유롭고 조화로운 유지 ․ 발전을 위한 가치들을 철저하게 짓밟고 무시하면서 평택 땅의 진정한 주인들을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는 완력으로 위해를 가하며 밀어내려는 극악한 만행을 계속한다면 뿌리 깊은 불신과 원한을 낳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용한 분노의 불길로 일어설 것이며, 진정한 가치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오만한 국가기구와 정권은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는 인권활동가들의 행동이 정당하고 올바른 것이었으며 그들을 구속한 것이 자의적인 실정법 적용에 의한 것임을 알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요건을 숙지하고 있으며 불구속수사의 원칙 및 인권보호를 실천해 나가겠다는 검찰과 경찰의 발표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장 차가운 감옥에 밀어 넣은 인권활동가들을 석방하라. 평택 땅을 지키려고 했던 정당하고 올곧은 모든 이들에 대한 파렴치한 기소를 즉각 중지하라. 평화의 땅을 피와 쇠붙이의 황무지로 만들려는 미군 군사기지 확장을 지체 없이 포기하라. 지금이라도 이러한 사항들을 이행한다면 우리는 너른 마음으로 용서하고 인권과 평화가 보장되는 사회를 함께 이루어나가는 데 손을 내밀 것이다.
우리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은 다시 한번 준엄하게 박래군, 조백기 등의 인권활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평택 땅에 대한 폭압적인 강제집행 중단을 촉구한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은 이러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맞서 싸울 것이다.
2006년 3월 22일
동성애자인권연대 /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