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감염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는 사죄하라!
1월 8일자 한겨레신문 사회면에 안종주 보건복지전문기자가 쓴 '여성동성애 파트너 에이즈감염 첫 보고' '남성동성애자 28% 헌혈경험'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안종주 기자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의뢰를 받아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팀이 작성한 '고위험군 성행태 및 에이즈 의식조사 보고서'라는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썼으며, 이는 그가 참여한 보고서 자문회의의 비공개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안종주 기자의 이번 기사가 HIV감염인과 동성애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더욱 부추긴다는 사실은 이미 발표된 여러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의 성명에서 누차 지적된 바 있다.
안종주 기자는 세상의 냉대와 편견 속에서 병명조차 밝힐 수 없을 정도로 차별 받는 HIV감염인들의 고통을 단숨에 '특종감' 기삿거리로 전락시켰다. 또한 안종주 기자는 동성애 관계로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이 있으며, 현재까지 HIV양성반응자 중 640여명은 모두 게이라는 측면을 강조하여 '동성애=에이즈'라는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사를 통해 감염인과 동성애자들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배가시켰다. 또한 그들 중 일부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무분별한 성행위를 하여 에이즈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기사를 통해, HIV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안종주 기자는 자문회의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이용하여 애초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된 자료를 무단으로 기사화했다. 절대적인 익명보장과 언론비공개를 전제로 설문조사에 응한 258명의 감염인들과 1160명의 동성애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크나큰 배신감과 분노,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안종주 기자가 주로 인용한 보고서는 아직 보고서 전문도 공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사화 시킨 부분 또한 정확한 표본수집이 불가능한 상태를 전제로 작성된 것이라 기사의 내용에 대해 신빙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해명한 바 있다.
특히 국립보건원도 '여성동성애의 에이즈 감염가능성'이 입증된 바 없다는 반박성의 해명자료를 내어, 안종주 기자가 내용을 과장·왜곡하여 여러 사실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었음을 시사했다. 이와 같이 신빙성이 입증되지 않은 자료들을 가지고 펜대를 놀려, 고통 받는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유린하였다는 사실은 안종주 기자가 기자로서의 양심과 도덕성을 저버렸다는 것만으로도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한겨레의 보건복지전문기자이자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라는 명함은 안종주 기자에게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이에 7개 국내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한겨레 측에 사과와 정정보도, 해당 기자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또한 동성애자인권연대와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는 한겨레 측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질의서를 발송하였으며,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비공개자료를 무단으로 공개하고 보고서내용을 왜곡한 안종주 기자에 대한 조치와 해당 기사의 인터넷판 삭제, 한겨레의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공문을 한겨레 측에 보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겨레는 어떤 공문도 받지 않았으므로 답변할 필요가 없다는 오만하고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잇따르는 항의성명과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 등을 받고도 받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는 한겨레가 과연 이 시대의 양심과 진보를 대변하는 신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은 한겨레의 태도는 감염인과 동성애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유린하는 것이며, 한겨레가 조속히 사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역시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연맹을 믿고 설문에 응한 감염인과 동성애자들의 배신감이 얼마나 클지 알고 있는가? 앞으로 연맹은 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한겨레신문의 정
정보도, 인권침해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연맹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버린 HIV감염인과 동성애자들과의 관계회복을 위해서라도, 연맹은 지금까지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를 벗어나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성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국내 동성애자 인권단체들과 HIV감염인 단체들의 뜻을 모아 다시 한번 요구한다. 우리는 다음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HIV감염인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지·옹호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다.
하나, 한겨레와 안종주기자는 즉각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문을 내고, 공식적인 사과문을 게재하라.
하나, 한겨레는 안종주기자에 대해 그 책임을 묻고 보건복지전문기자직을 박탈하라.
하나, 보건복지부와 한겨레는 안종주기자에 대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직을 박탈하라.
하나,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라.
동성애자인권연대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하이텔 동성애자 인권동호회 '또하나의 사랑'
한국남성 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끼리끼리'
HIV/AIDS 감염인을 위한 모임 '세울터'
HIV/AIDS 감염인을 위한 모임 '러브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