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북한 내 기독교 영화 '백선행' 제작을 환영한다
흔히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가장 심한 국가로 알려진 북한에서 기독교의 긍정성을 묘사하는 영화제작 추진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우리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는 어렵사리 추진되었을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박수를 보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 조선영화수출입사가 뉴질랜드 현지 한 단체의 지원을 받아 기독교 영화 `백선행`을 제작키로 확정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 영화는 북한 전역의 영화관과 TV에서도 상영된다고 하니 전시효과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백선행은 북한의 교과서와 회고록 등에 언급될 만큼 북한 내부에서 널리 알려진 여성 자선사업가의 이름이다. 그는 `평양 장로회 신학교`와 `숭실 학교(현 숭실대학교의 전신)` 설립에 토지와 자본을 희사해 한국 기독교 인재 양성에 큰 기여를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선영화사 최혁우 사장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백선행’ 시나리오 중에는 "내(가) 오늘 하나님 앞에서 속죄를 했다" "내(가) 저만 잘 살겠다구 지내 욕심을 부렸던 게 제일 죄스럽더라" 등 기독교적 이타성을 나타내는 장면과 대사가 다수 포함됐다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벌써부터 ‘백선행’ 제작에 따른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 소식을 전한 대북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조선영화사가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산하 문화예술부에 소속으로 당 선전선동부 차원에서 `외화벌이`에 대한 압박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단위로 추정된다고 지적한다.
즉, ‘외화벌이’ 차원에서 마지못해 만드는 ‘선전선동’형 영화인만큼 믿을 수가 있는가 하는 시각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실제 데일리NK는 “외국자본으로 기독교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며 “그만큼 내부의 외화난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러한 회의적인 생각은 있을 수도 있는 관점이긴 하지만, 모처럼 기독교 영화제작을 계기로 북한 내외부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소통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얼마 전까지 연평도 사태 등 큰 위기상황을 겪은 남북이 마주 앉아야 할 오늘, 북한의 기독교 영화제작 움직임을 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지혜로운 처사라고 할 수 없다.
또 하나는, 데일리NK가 한 탈북자의 말을 인용한("백선행 여사의 경우 '근검절약의 모범을 보인 여성'이라는 김일성의 공식 평가가 있었던 만큼, 김일성의 평가를 기초로 시나리오 내용이 결정 될 것")데서 나타난 것처럼, 이번 기독교 영화가 마치 북한 권력을 방어하는 기제로 오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화활동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그 권력과의 오랜 싸움을 거치면서 차츰 이루어가는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시점에서 결정된 북한의 기독교 영화가 정치권력의 영향에서 100%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면 그럴수록, 어려운 여건 속에서 돋아나는 새싹마저 문질러 버려야 할 것인가, 더욱 더 힘을 북돋아 피어나게 도와주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남북의 어려운 기독교 현실을 함께 성찰하며 이끌어갈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좀 더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
사랑과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려 했던 예수의 정신세계는 자유와 평화가 보장된 살기 좋은 곳보다는 자유와 평화가 억압되고 유린된 척박한 토양 속에서 더욱 찬란하게 꽃피고 자라났던 것은 지난 2천년의 세계사가 증거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처럼 새롭게 시도되는 북한의 기독교 영화제작 움직임을 크게 환영하며 힘 있게 격려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남북간 화해와 소통의 장을 넓히고 중장기적으로는 오늘 남과 북의 기독교계가 권력과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원형의 예수정신’을 드러내는 참된 기독교와 이에 부합하는 합작영화를 만들어 내는 날까지 지금부터 그 기틀을 하나하나 착실하게 쌓아 나가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1. 1. 21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새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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