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인권포럼
- 수전 무어 “성소수자 커뮤니티 보다 노조 커뮤니티가 훨씬 수월"
- '성주류화 전략'채택 주류 여성운동과는 정면충돌 불가피할 듯
통상 비계급적 운동분야로 일컬어지는 ‘성소수자 운동’ 진영에서 노동계급으로서의 성소수자운동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난 1월 15일 이화여대에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주최로 열린 LGBT 인권포럼 “혐오와 차별에 맞장뜨자!”에서 이경(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활동가는 ‘성소수자 노동권의 두 가지 미래 : 고용평등과 참여평등을 향해’ 제하의 발제에서 <성소수자 노동자>란 개념을 제출했다.
이경은 사회권적 평등을 성소수자들도 누리기 위해서는 “노동권이라는 이슈가 성소수자 차별을 둘러싼 다른 쟁점 - 주거, 가족구성 등 - 들과 긴밀히 연결되어야”하며 “이를 위해 성소수자 노동자의 이름으로 이 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하고 “실제로 성소수자 노동자를 조직하고 하나의 그룹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조합은 성정체성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노동자를 방어하고 권리를 위해 싸워야”하며 이는 “이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평등을 옹호하는 노동운동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하고, 보스턴 지역의 성소수자 노동운동가 네트워크(Gay and Lesbian Labor Activist Network: GALLAN) 활동가 수전 무어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인터뷰에서 수전 무어는 “우리는 레즈비언/게이 이슈를 노동조합으로 끌어들이고, 노동계급과 노조의 이슈를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끌어들이려 해요. 이 작업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보다는 노조 커뮤니티에서 훨씬 수월해요. 기층 수준에서 노조원들은 연대 개념을 알고 있어요”라며 노동계급적 운동이 더 효과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수전 무어는, GALLAN이 AFL-CIO(미국노총)의 성소수자 부문조직인 Pride At Work(일터의 자긍심)를 건설하는데 주도적 구실을 했으며, 노동조합의 공식 조직에 성소수자 운동이 결합하고 이러한 노력들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사회의 성소수자들도 비로소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면 노조에 호소하여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 Pride At Work와 GALLAN은 단체협약에 차별금지조항을 삽입하고 이를 파업 쟁점화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들은 아예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참여하여 성소수자의 요구를 모든 노동자의 요구로 확대시키는, 직접적인 전략이 효과적임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수전 무어는 그와 반대의 전략을 사용하는 주류 성소수자 운동을 두고 자유적인 ‘자리 차지하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반대의 전략’이란 비계급적 운동으로서의 종래의 성소수자 운동 일반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이러한 비계급적 운동의 전략은 “성소수자 노동자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기는커녕 일부 높은 지위에 오른 일부 성소수자에게만 권력을 집중하는 전략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실제로 개선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는 게 수전 무어의 견해인데, 이에 대해 이경은 “여성운동에서의 성주류화전략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고 말하고 있다.
수전 무어는 또 “진정한 노동 의제는 노동자의 존엄, 존중, 안전한 일자리, 괴롭힘과 폭력으로부터의 해방, 동성애혐오의 경감 등에 있”고 “성소수자 노동자를 동등한 참여의 주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노동조합의 중요한 책임이며, 기층 노동자들 사이의 인식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제도적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서 “이 부분이 가능할 때만이 성소수자 고용이 직접적으로 보호받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성소수자 당사자는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성소수자도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노동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실현할 권리가 있다는 보편적 사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아울러 “‘사랑의 민주주의’가 존재한다면 그 관계에 덧 포개어진 노동의 민주주의” 또한 “경제의 변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것이 이경의 해석이다.
이경은 결론에서 “우파의 동성애 공격이 바로 노동계급의 일부를 겨냥하고 있다면 노동운동은 여전히 ‘소수자 운동’을 남의 일로 여길 것인가” 그리고 “많은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걷어내는 방향성을 가지고 자본주의 사회의 세력관계에 도전할 힘을 지니고 있다면, 바로 여기서부터 성소수자의 노동자의 ‘동등한 참여를 통한 평등이 시작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성소수자 운동과 노동운동을 향해 “’노동 권리 장전‘에 성소수자라는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주문하고 “’성소수자에게 좋은 것은 모든 노동자에게 좋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성소수자의 요구를 통합적으로 소화해낼 재치와 적극성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참조] 성소수자 노동권
성소수자 노동권 개념에는 LGBT의 노동 외에도, GMB(영국의 '민주노총'격)에 가입된 국제성노동자연대(IUSW)나 국내 성노동자운동을 주도한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 등 사례에서 보듯 이미 기정사실화한 다양한 형태의 성노동자들의 노동이 포함된다. 실제로 이날 ‘레즈비언, 게이 그리고 페미니스트에게 듣는 HIV/AIDS' 섹션에서는 중국의 성소수자 운동인 핑크스페이스에서 LGBT와 성노동자들의 만남이 소개되었다.
만약 국내에서도 계급적 성소수자 노동운동이 전개될 경우에는, 성노동(성매매) 금지주의 제도인 현행 성매매 특별법을 입안에서 시행까지 사실상 주도하면서 성노동/성노동자란 개념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기존 주류 여성운동계 및 이들의 '성주류화 전략'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계급적 운동의 전략은) 성소수자 노동자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기는커녕 일부 높은 지위에 오른 일부 성소수자에게만 권력을 집중하는 전략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실제로 개선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는 수전 무어의 계급적 비판은, LGBT 중에서 이른바 잘나간다는 전문가 집단의 몇몇 인사나 외모지상주의로 스타덤에 오른 일부 연예인 등의 출세에만 귀 기울이면서 다수 성소수자들의 노동권은 도외시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역차별 현상에 경종을 주는 의미가 크다.
최덕효 (한국인권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