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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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2010년 12월 25일 친구사이 게이프리허그 행사를 촬영하신 한 기자님이 친구사이로

보내주신 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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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누군가 하늘에서 노래를 불렀다면 펄펄 눈이 되어 내렸을 것 같은, 누군가의 온기가 참 그립거나 따뜻했던 2010년 12월 25일 역설의 광장에서 잠시 만났던 청년입니다.

미리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연락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2011 다른 시선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신년기획 영상으로 준비했던 6편의 이야기. 그 이야기들 중 1월 6일 마지막을 장식하려 했던 이야기는 아직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략 이야기는 전해 들으셨겠지만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지지와 응원이 있었지만 준비하던 사람들이 부족한 점이 많아 결국 계획한 날에 내보내지 못했습니다.

회사의 ‘다른 의견’을 마주 보면서 5년 전쯤 홍대 지하 술집의 어느 저녁이 생각났습니다.

친구라 하기엔 가까운 사람에게 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술에 취해 뭐라 이야기를 나눴는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다만 누군가에게 애정과 신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2년 정도 시간이 지나도록 그날 밤의 이야기가 언제나 머리 한 켠에서 서성거렸습니다. 축하해야 할 일인지, 위로해야 할 일인지, 도움이 필요한 일인지.. 나는 옆에서 어떻게 서 있어야 하는 것인지.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서성이던 녀석이 집을 나간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 잘 알지 못하는 다양한 폭력 속에서 상처받지는 않을지,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 제 취향에 맞는 친구를 만나기 힘들지는 않을지.. 그런 생각하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5년 뒤.. 서로 잘 모르는 사천팔백만 사람들에게 작은 말을 건네 보고 싶었습니다. 말이 서툴고 어눌해 잘 모를지라도, 누군가는 알아듣거나, 누군가에겐 보탬이 되길 바라며..

결국 아직 건네지는 못했지만요...


기쁨과 기쁘지 않음, 즐거움과 즐겁지 않음, 기대와 기대하지 않음, 웃음과 웃고 있지 않음.
빛나게 차갑던 날 광장에 서있던 몇 분의 눈에서 볼 수 있었던 제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다음에 '다른 어떠함'을 느끼기 전까지 아마 오랬동안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준비하면서는 무지함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모두들 흔쾌히 받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준비하면서 보다 촬영에 들어갔을 때 의외로 긴장하셨던 귀여우신(?) 대표님, 반대로 조용조용 하시다가 정작 시작하고 나선 화끈하셨던 마님(!)(세 가지 버전을 만들었는데 두 번째 버전 엔딩은 키스신 이었다는..), 저희 부서 내부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되신 샌더(?)님, 가자미 발라 주셨던 품이 넉넉하셔서 많은 사람들 안아 주신 형님과, 흰 점퍼 입고계셨던 잘생긴..분 (이름을 그 때 못 여쭤봐서 생각이 잘..), 참! 인권팀장 기즈베님!, 가람님, 전생에 부부였을지 모를 프렌즈 사장님, 몽고가실 선생님..(은 그날 안나오셨죠?), 발걸음 뜸해지면 어디선가 뛰어 나와 한 분 한 분 온기를 전해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누군가 노래를 부른다면, 결국 눈은 내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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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 2011-01-19 오후 22:54

와 너무 따듯한 글이네요. 외모도 멋지신 분이신데... 기자분의 진심이 느껴지네요. 고맙습니다.

장세호 2011-01-19 오후 23:53

모든 사람들이 이 기자분 같으시면 좋을텐데 ..

Sander 2011-01-20 오전 05:43

정말 추웠던 날의 프리허그. 사람 사이의 온기 하나하나까지 잘 전해 질 수 있도록 애쓰며 촬영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결국 영상은 방영이 되지 못했지만 아마 저희들못지 않게, 어쩌면 저희들 보다 더 속상하셨을텐데..
따뜻한 마음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노래 할테니까요 너무 마음 불편해 마시길 바라요^^

허정열 2011-01-20 오전 07:08

흰잠바ㅋㅋ

가람 2011-01-20 오전 07:18

눈물 나는 편지... 덕분에 2010년의 크리스마스가, 더 따뜻하게 기억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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