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에서 밖으로 나오는 이들과 가족을 위한 가이드
지나 (친구사이 간사)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It gets better'에 관한 영상을 찾아보다가 Pixar의 직원들이 만든 'It gets better'영상을 보고 혼자 모니터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린 적이 있었다. 대개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며 결국은 다 좋아질 것이고, 그 증거로 나도 이렇게 살고 있단 얘기일 뿐이었는데 그렇게 감동적일 수 없었다.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실제상황'이었으며,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일게다. <커밍아웃 프롬 더 클로젯>이 좀 더 실제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그와 마찬가지로 실제 상담사례들을 엮어서 성소수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일단 이 책의 장점은 작고, 얇다는 점이다. 개인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2시간 정도면 완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덕분에 부담이 없어서 좋다. 책에 나온 사례들도 대체적으로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정도. 그래서 긴 글 읽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주로 실제 사례들을 편집했지만 잘 요약된 상담 가이드나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실제로 '가이드'의 역할을 한다. 커밍아웃을 준비하고 있을 때 읽어도 좋고, 커밍아웃을 시도한 이후 커밍아웃을 한 상대방에게 전해주면 그 또한 생각을 정리하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가이드 북' 말이다. 생각 복잡한데 동성애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진화론, 생물학적인 이런 저런 소리가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다는 걸 저자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 이 책은 실상 성소수자 본인보다는 성소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물론 책 표지에 '가족 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때'라고 영어제목 아래 한글로 꽤 크게 써놨지만 실제 분량은 생각보다 꽤나 적은 편. 하지만 성소수자 가족들이 접할 수 있는 관련 서적이 전혀 없다시피하다는 점에서, 또한 가족들이 주로 느끼는 의문이나 문제점을 잘 정리해놨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어릴 때 핑크색 이불을 덮게 해서 내 아들이 게이가 된 것이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 부모님 분명히 계실텐데 어떤 일이 있었든 당신들의 탓으로 자녀가 성소수자가 된 것이 아니며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주고 있으니 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벽장 안에서 나올까말까를 고민하고 있는 성소수자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다. 그리고 부디 도움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