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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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앙, 종교’ #1]
천주교 모임 '안개마을'의 신앙과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2001년 모임을 시작으로 올해 16년째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안개마을'은 처음에는 같은 신앙인끼리 신자로서 가지는 갈등과 고민을 온라인(다음카페)를 통해 이야기하다가 오프모임을 통한 친목으로 발전하여 차츰 성가대와 전례부 등을 갖추어나가 월 1회 정기적으로 자체 미사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원수는 현재 500명이지만 정모에 참석하는 인원은 20~30명 정도이고 연령대는 20대에서 60대까지 폭이 넓으며, 주축은 30대 중후반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회원 모집방법은 이반시티에서의 홍보와 주위 분들을 통해 알음알음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안개마을'은 천주교 이반 모임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 의해서나 보편적으로 믿을 수 있는 가톨릭 기본 정신과 함께 하느님과 믿음, 성경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활동으로는 월1회 자체미사 및 하느님의 가르침과 사랑을 실천하고자 중증 장애인 어린이집에서 월 1회 봉사활동(목욕, 식사, 청소)을 하며 이밖에도 피정(묵상 및 기도), 성지순례 활동을 통하여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삶을 닮고자 하고 있습니다. 같은 종교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성소수자로서의 고민과 갈등을 함께 나누다보니 서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공동체라는 점이 아무래도 좋은 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면 현재 '안개마을'의 어려운 점은 이번 2016년도에 2년여 동안 사용하던 정모 장소에서 쫒겨난 상태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 장소를 찾지 못해 현재 친구사이 사정전에서 임시적인 정모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성가를 할 수 있는 공간에다 현실적인 비용문제까지 고려하다보니 장소를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톨릭은 다른 종교와 다르게 일곱 개의 성사(세례, 견진, 성체, 고해, 혼인, 병자, 성품성사)를 통해 은총을 받게 되는데 이 중 모든 신앙인이 거쳐야 할 중요한 예식으로는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가 있습니다. 세례성사는 대부분 성인이 되어 받지만 어렸을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유아세례를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유아세례자의 경우에는 어릴 적부터 사제나 성경말씀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금기사항을 접하여 신앙적 갈등을 겪을 확률이 높아 이에 따른 성 정체성 고민이 많이 있게 됩니다. 좋아하는 동성인 남자/여자들을 만나면서 항상 마음속으로는 죄책감을 느끼고 신부님께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도 사제 개개인에 따른 반응이 달라 단죄에서 적극 수용까지 폭이 넓습니다.
이해를 하시는 신부님은 “동성애 성향은 독신성소로의 부름”이므로 오히려 자기 영혼 성화의 기회라 하시는 분도 있고, 죄악시 여기는 신부님은 “동성애 성향은 명확히 죄이고 이 죄성을 극복하는 것은 이성과의 결혼으로 성가족을 이루는 것뿐이다.”라고 말씀하시어 오히려 가톨릭교회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교회를 떠나거나 냉담하거나 아예 개종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됩니다. 단지 사람을 좋아할 뿐인데 이 오래된 전통 종교는 내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이 성향을 죄라고 규정합니다. 항상 사랑이니 은총이니 애덕이니 하는 우아한 단어를 남발하면서 정작 사랑이 필요한 영혼에게는 정죄와 비난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가톨릭은 그동안 금기시 되어오던 동성애와 낙태, 이혼, 재혼 문제를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세계대주교의원회의(시노드)에서 논의를 했습니다.

▲세계대주교의원회의(시노드) 모습

▲세계대주교의원회의(시노드) 폐막미사
논의를 통해 동성애와 낙태, 이혼, 재혼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동성애와 관련하여 “성적 취향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 등에는 반대한다”라고 발표하였고 많은 사람들은 논의 자체만으로도 진일보한 입장이라 평을 하였습니다.
이처럼 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독교인들은 성소수자 문제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반드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은 “한 사람이 선한 의지를 지니고 하느님을 찾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면서 사과의 범위를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차별받는 모든 이들로 확장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처럼 가톨릭교회는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는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동성애자들을 사회적으로 소외시키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방침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천주교 내부에서 동성애, 이혼, 피임에 대해서 열린 생각을 갖고 예비초안을 썼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행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천주교가 진보적인 편이지만 사실 천주교 자체는 굉장히 보수적인 종교입니다.
교회의 공식적 입장이 어찌 되었든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라는 말을 믿으며, 종교가 가져야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보다 '사랑' 그리고 '포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묵주를 돌릴 때나 성체를 영할 때, 삼종 기도를 드릴 때 이 죄 많고 비천한 영혼에도 똑같은 은총을 내려 주신다는 주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사람들이 만든 교리가 어떠하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무리 곱지 않아도 당당히 신앙 안에서 살고 이 신앙 안에서 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묵주기도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라면 결코 동성을 사랑했다는 사실만으로 “너는 나의 자녀가 아니다” 라고 말씀하지 않으실 것이라 믿으며, 만일 그런 분이 아니시라면 우리는 더 이상 자애로운 아버지로서의 신을 고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안개마을' 이름에서 보듯 안개가 걷히면 더욱 맑은날이 찾아오는 것처럼 성소수자가 겪는 현재의 아픔과 차별도 서서히 걷히고 우리에게도 맑은날이 오길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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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마을 / 이냐시오 쭌이 & 바오로 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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