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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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새 대표 김조광수가 드리는 메시지 – ‘친구사이와 나'
친구사이 대표 김조광수

친구사이와의 첫 인연
1995년이었나? 가을바람이 좋은 날이었다. 새로 산 코트에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은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섰다. 기분이 막 좋았다는 생각이 난다. 그랬다. 그냥 막 좋았다. 갈까 말까 망설이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결정한 거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을 탈 때도, 내려서 걸을 때도 그냥 즐거웠다. 그냥.
그 때 친구사이 사무실은 연남동에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철길을 따라 조금 걸어야 했고 작은 다세대주택의 한 층을 빌려 쓰고 있었다. 현관문 앞에서 잠깐 망설였고 내 차림새가 이상하진 않은지 머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심호흡을 했다. 똑똑. 대여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고 애석하게도 인사를 하고 들어선 나를 환하게 반겨주지는 않았다. 구석 자리를 가리켜 앉으라 하고는 그들은 다시 회의에 빠져 들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 심각한 이야기가 오갔던 것 같다. 그들이 회의를 하는 동안 난 멍하니 앉아서 사무실을 둘러보았는데, 게이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답게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었고 또 게이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지저분하기도(지저분한 게이들도 많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했다. 처음 30분은 기분이 마냥 좋았다. 친구사이라는 동성애단체의 사무실에 와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뿌듯함이 있었고 푸근함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면서 마냥 좋았던 마음은 사라지고 실망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만나는 동성애자 친구들과 어울려 쏟아내고 싶었던 수많았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우두커니 앉아 있어야 했다. 그렇게 두 시간을 앉아 있다가 쓸쓸히 사무실을 나왔다. 내가 간다고 인사를 할 때도 사람들은 회의에 빠져 있었다. 행복한 기운을 가득 채우고 돌아올 줄 알았는데, 더 비워져 뻥 뚫린 느낌이었다. 그 뒤로 한 번 더 찾았지만 운이 나빠서 그랬는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사이와 나는 함께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고 그렇게 그렇게 인연이 생기지 않고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아쉽지만 그랬다.
친구사이와 나
2003년 가을, ‘차밍스쿨’이라는 샤방한 이름의 강좌소식을 접하고 친구사이를 다시 찾았다. 아, 지난번처럼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또 허탕치고 쓸쓸히 되돌아오는 건 아닐까, 걱정이 없진 않았지만 발길이 자연스레 친구사이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그동안 친구사이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이 많았고 활기가 넘쳤다. 정말 다양한 모습의 많은 게이들이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사이에 섞여 나도 즐거워하고 있었다. 게이친구들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 줄 몰랐었다. 이성애자 친구들에게는 못 했던 말들, 애인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말들을 게이 친구들에게 할 수 있었고 그걸 친구들은 들어주었고 자기 얘기들을 해주었다. 밤새는 줄 모르게 이어지는 끊임없는 대화에 난 푹 빠졌고 회사 일이 끝나기 무섭게 친구사이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며 놀다가 종로에서 술 마시는 게 하루 일과의 끝이 되었다. 게다가 내 나이가 가장 많아 금방 큰언니가 되었다.
친구사이의 회원이 되어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 것. 햇수로 9년째를 맞고 있는 우리사이가 어떤 엔딩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내 인생 최고의 남자를 만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있다. 엄마 성 같이 쓰기를 하면서 이름도 김조광수로 바뀌었고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해서 더 당당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며 영화감독이 되어 작년에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장편데뷔작을 개봉하기도 했다. 그 사이 두 권의 책을 냈고 퀴어영화만을 전문적으로 만들고 배급하는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를 설립하기도 했다. 친구사이 덕에 이렇게 많은 일을 했구나! 이것만으로도 내가 친구사이에 평생을 봉사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헤헤.
신발 끈 다시 묶고.
2013년. 친구사이 회원이 된지 10년 만에 친구사이의 대표가 되었다.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일을 이제야 하게 되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해. 대통령은 병맛이지만 난 멋진 대표가 되고 싶다. 대통령은 1%를 위한 정책을 펴나가겠지만 난 99% 회원들을 위한 일들을 추진하고 싶다. 대통령은 성별만 여자인 제왕이 될 것 같지만 난 성별은 남자인 큰언니 대표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도 친구사이도 많이 변해야 한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 변화한다는 것, 새롭게 산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큰언니 대표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하고 싶은 일은 회원들과의 데이트.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그런 데이트. 내 품이 얼마나 넓은지 나도 잘 모르지만 내 품에 모두들 들어오시라 얘기하고 싶다. 내년 이맘때, 큰언니와 함께한 2013년이 행복했다는 말을 듣는다면 좋겠다. 아, 벌써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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