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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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새해 다짐’이라는 걸 안 해본 지 몇 년인지 모른다. 워낙 의지 박약하다 보니 강제성 없으면 안 지킬 게 뻔하고, 한편 못 지키면 실망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게 되니 아예 잊고 지내는 게 속 편하겠다 싶어서였다. 초등 학교 때 방학이면 짜야 했던 생활 계획표가 싫기도 했고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백만 년 만에(!) ‘신년 결심’이란 걸 해야 될 모양이다. 일단 개인적으로 중대사가 걸린 마지막 해라는 점이 있지만, 어쩌면 작년 친구 사이 송년회에서 다름 아닌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는 점 때문일지 모른다.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영예의 주인공이 전년도 수상자한테서 왕관, 여왕봉, 망토를 물려 받고 우아하게 행진까지 하는 여우 주연상 시상식은 영화 <종로의 기적>에 나오듯 친구 사이의 대표 행사 중 하나다.
비록 맘은 안 그랬지만 개인 사정 탓에 작년뿐 아니라 요 몇 해 동안 옳게 친구 사이 활동을 못했는데, 이렇게 뜻 깊은 상을 주리라곤 꿈도 못 꿨다. 송년회 전에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보 명단에서 내 닉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분위기 띄우기용 감초겠거니 했다. 근데 시상식장에서 결과 발표를 듣곤 어안이 벙벙하고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1년 내내 열심히 활동한 친구가 참 많은데…
2013년은 친구 사이에 중요한 해로 기억될 것같다. 작년에 이미 시작됐고 2014년에 결실 맺지만, 굵직한 창립 20주년 기념 사업을 몇 가지 진행 중이다. 이제 지명도가 높아져 일반 시민 사회 인권 단체 행사에도 종종 초대되는 지보이스 역시 열 번째 생일을 맞고. 회원, 사업, 살림 모두 늘어가는 시기에 새 대표님과 간사님을 맞아 기대도 크다. 난 하반기에야 여유가 생길 것같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이 모든 크고 작은 활동이랑 행사에 늘 기여하고 싶고, 가능한 선에서 참여하려 노력할 거다.
예전엔 나이 드는 게 꺼려지고 걱정됐는데, 이젠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정신 연령은 만년 일곱 살인 반면에 몸은 전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지구의 숱한 사람이 걸어간 길을 나도 따라간다는 게 신기하고 궁금하니까. 물론 이렇게 속이 편한 건 뭣보다도 맘 맞고 말 통하는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일 게다. 늘 유쾌하고 자유롭고,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고, 함께 커가고 나이 먹어가는 동지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든든한지…
‘친구 사이, 정말 고마워. 내 몫 할 수 있게 될 때 신나게 활동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