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illsammans(together)
감독 : 루카스 무디슨
출연 : Lisa Lindgren, Michael Nyqvist, Emma Samuelsson, Sam Kessel
덴마크,스웨덴,이탈리아 / 106분 / 2000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이 영화야말로 아주 멋진 퀴어 영화입니다. 게이들이 벗은 몸으로 나오는 것도, 호모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지만, 과연 퀴어가 무엇인지, 퀴어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즐겁고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퀴어라는 것이 결국은 자신과 타자의 젠더 관계를 재구성하기 위해 고안된 담론이라는데 동의한다면 말입니다.
우리에게 '천상의 릴리아'로 제법 알려진 루카스 무디슨 Lukas Moodysson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이미 '쇼 미 러브Fucking Amal'라는 영화로 북유럽권에서는 상당히 알려져 있는 감독인데, 그간 천착해온 인간들 사이의 '관계'의 문제를 이 영화에서는 실험적 공동체 가족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빌려 다양하게 펼쳐놓고 있습니다.
하긴 우리에게는 특이하겠지만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특히 덴마크에서 '실험 공동체'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생태공동체를 포함해서 덴마크에서만 해도 공동주거운동은 1960년대부터 내리 그 외연을 팽창하며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독신자들만의 주거 모임, 자본주의와 강제적 이성애주의에 반기를 든 붉은Red 공동체 등 다양한 방식의 공동주거운동들이 실패와 반복을 겪으면서 지금도 계속 자가 증식하고 있으며, 이는 또다른 대안적인 삶의 모델 중 하나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 동거illsammanss는 바로 이 실험적인 공동체 가족의 인간 관계에 카메라를 천착시키고 있습니다. 이 가족의 이름은 '더불어 공동체'인데, 한 집에 벼라별 인간 군상들이 죄다 모여 살고 있습니다. 생태주의자, 공산주의자, 이혼한 남편과 함께 사는 페미니스트, 가정부가 꿈인 게이 등 취향과 정치색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집에,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도망나온 여성과 그의 자식들이 들어오면서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이후 의견들이 갈라지면서 결국 삐삐 롱스타킹에 관한 논쟁을 끝으로 생태주의자 부부가 그 집을 떠나고, 섹스를 하면서도 맑스의 경제학을 토론하자는 공산주의 청년 역시 이곳을 떠나게 됩니다.
이곳에 남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간 지켜왔던 '채식주의'를 버리고 그토록 경멸하던 축구를 마당에서 벌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콜라' 처럼 돼지 같은 다국적 회사의 상품을 소비해선 안된다는 최소한의 원칙에 동의하면서 새롭게, 보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자세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게 됩니다.

남편과 이혼한 여자는 레즈비언이 되고, 그 여자와 이혼한 남편은 함께 동거하던 게이와 사랑을 나누는 대목은 단연 압권입니다. 루카스 감독은 이 미묘한 교차를 통해, 이성애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남편 : (아랫도리를 벗어 성기를 드러낸 채) 좋아, 니가 정말 날 그렇게 좋아한다면, 해 보라구. 대신 1분을 주지. 그 일 분 동안 날 발기시키지 못하면 난 완벽한 헤테로인 거야. 자, 해 봐.
대사가 끝나자마자 페이드 아웃이 되는 이 깜찍한 유우머는 이성애주의는 동성애를 결락시키면서 비로소 구성된다는(그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퀴어 이론의 명제를 실험하려 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는 개차반의 남편이 헤어지자마자 담배를 피우고 페미니스트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변모된 아내의 모습을 통해, 비로소 개과천선한다는 교훈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객체로 서로를 얼싸안으며 웃고 떠드는 마지막 씬은 꽤나 울림이 있습니다.

' 안토니아스 라인'과 일견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이 영화는 우리에게 정체성과 타자와의 관계에 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곰곰히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도그마를 연상케 하는 쓸데없는 평면 샷에서의 줌 사용이라든지 잦은 페이드 아웃 같은 흠은 이따금 이런 고민들, 이런 해석들 앞에서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0-04-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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