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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Butterfly - 풍월주 - 레슬링 시즌, 줄줄이 무대 오를 예정
[동아일보]
‘동성애 코드’ 공연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산 희극 ‘게이 결혼식’이 서울 대학로 학전 블루에서 최근 공연을 시작했고 24일부터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동명 영화 원작인 연극 ‘M. Butterfly’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극열전 시즌4의 두 번째 작품으로 김광보 씨가 연출할 이 작품은 주중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의 20년에 걸친 동성애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다음 달 11일에는 신라시대 남자 기생 사이의 사랑을 다룬 CJE&M의 창작 뮤지컬 ‘풍월주’가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은 동성애 코드가 가미된 청소년 연극 ‘레슬링 시즌’을 다음 달 29일부터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7월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될 대형 뮤지컬 ‘라카지오폴’도 동성애 코드의 뮤지컬이다. 게이 커플이 자신들의 처지를 감추고 아들의 결혼을 돕는다는 프랑스 연극을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 동성애 코드=흥행 불패?
지금까지 국내에서 선보인 대표적인 동성애 코드 작품은 뮤지컬 ‘헤드윅’, ‘쓰릴 미’,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로 세 작품 모두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다.
아직 공연 전인 M. Butterfly와 풍월주도 동성애 공연의 흥행 불패 추세를 이어갈 조짐을 보인다. M. Butterfly는 공연 시작을 20일 남겨둔 4일 현재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의 연극 부문 주간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풍월주는 창작 초연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지난달 말 티켓 오픈 시점에 인터파크 뮤지컬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 꽃미남 출연에 여성들 관심
국내에서 인기를 얻는 동성애 코드 공연은 남자 동성애를 다뤘고 ‘꽃미남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국내 공연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동성애를 다룬 공연이라도 주 관객인 여성 팬들의 관심은 잘생긴 남자 배우들에게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트랜스젠더 록 뮤지션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헤드윅’의 경우 록 음악 중심이라 외국에선 남성 팬도 많은 반면 유독 우리 관객은 대부분 젊은 여성”이라고 말했다. 풍월주의 경우 티켓 예매자의 96.6%, M. Butterfly의 경우 94.4%가 여성이었다.
한국 여성들의 이런 남성 동성애 코드 선호 현상은 연원이 깊다. 1990년대 중반부터 10대 여학생들 사이에 ‘야오이 만화’(일본에서 유행한 남자 동성애를 다룬 순정만화)가 유행했다. 동성애 코드가 넘쳐나는 팬픽(팬과 픽션의 합성어로 팬들이 쓰는 소설을 뜻함)이 남성 아이돌 팬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예쁘고 중성적인 남자들의 동성애에 열광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일부 지역 특유의 문화”라고 말했다.
○ “성 담론 다양화에 기여”
최근 많아지는 동성애 코드 공연은 우리 사회 성 담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극 ‘게이 결혼식’은 동성애 코드를 웃음으로 풀어낸다. 공연을 보며 웃는 사이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과 관객 스스로의 시각을 점검할 수 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 연구소가 지난해 연극 ‘소년이 그랬다’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청소년 연극 ‘레슬링 시즌’은 고등학교 레슬링부의 동료인 두 소년을 급우들이 동성애자로 몰며 괴롭히는 과정을 통해 또래 집단 내에서의 보이지는 않는 폭력을 다뤘다. 국립극단의 김미선 프로듀서는 “청소년들 사이의 인간관계와 이들이 갖고 있는 성 정체성에 대해 두루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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