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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구축을 위해 요즘 이런저런 고전들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 중이에요. 니콜라스 레이의 '이유 없는 반항'을 다시 봤습니다. 온전한 사이즈 비율과 색감의 DVD로 제임스 딘을 보려면 그 걸작의 세 편 중 '이유 없는 반항' 뿐이기도 하죠.

지금까지 전 이 영화를 한 네 번 정도는 본 것 같아요. 이십 대에 볼 때는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제임스 딘이 오버한다고 생각했죠. 그 다음 본 건 아마 어떤 영화 비평서를 읽다가 짐의 친구 플라톤이 신고 있는 양말색이 정말 짐의 쟈켓 색과 똑같은지, 정말로 그 속에 숨은 알레고리를 찾을 수 있을지 헷갈려서 보게 되었던 것 같고요.

네 번째로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순전히 이 영화의 붉은 색감을 보기 싶어서였고, 제임스 딘의 연기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조지 스티븐슨이 다소 억압적으로 '자이언트'에서 제임스 딘을 눌렀다면, '에덴의 동쪽'과 '이유 없는 반항'에선 제임스 딘의 잠재력을 발산하도록 감독들이 도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스티븐슨보다 엘리아 카잔과 니콜라스 레이가 한 수 위죠.

굳이 개인적으로 니콜라스 베스트를 꼽으라 한다면, '그들은 밤에 산다', '실물보다 큰', '쟈니 기타', '온 데인저러스 그라운드'입니다만, '이유 없는 반항'의 붉은 색감의 배치는 페드로 알마도바르의 배치 감각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들의 배치 감각이 너무 부럽습니다. 아니, 니콜라스 레이를 통째로, 그 모든 것, 재능과 감각과 열정을 부러워해요. 그의 영화들 대부분을 사랑하니까요. 심지어는 그의 바람끼까지도요.

미국 영화 사상 가장 시적인 영화를 만든 니콜라스 레이는 웬지 꽤 한 줄기 식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열적인 바람둥이였죠. '쟈니 기타'를 찍을 때는 여배우 조안 크로포드랑 자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양성애자였고요. 전기 기록자들은 '이유 없는 반항'을 찍을 때 나탈리 우드, 스크립 어시스턴트였던 개빈, 심지어 제임스 딘을 유혹하기 위해 한참 바빴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죠. 아울러 '그들은 밤에 산다'의 주인공이자 커밍아웃한 게이였던 팔리 그랜저도 레이의 양성애에 대해 수긍하고 있습니다.




Nicholas Ray (left) with James Dean


가디언지에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지요.
http://film.guardian.co.uk/features/featurepages/0,4120,1112652,00.html

그리고 이 때 스크립 어시스턴트였던 개빈은 한때 자신과 맺고 있던 니콜라스 레이와의 관계를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레이는 좀 이상한 섹슈얼리티관을 갖고 있었어요. "나는 남자보다 여자랑 더 많이 잤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바이섹슈얼이 아니라고 말하는가 하면, 제임스 딘 특집 다큐 방송에 잠깐 출연해 "제임스 딘은 바이섹슈얼일지도 모르는 노말"이라는 횡설수설 언급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50년대는 광범위한 매카시즘 선풍에 의해 섹슈얼리티가 단속되는 상황이긴 했지만, 헐리우드에서만은 비밀의 미로와 통로를 통해 모종의 성의 향연이 벌어졌단 느낌이 들어요.

니콜라스 레이와 자신의 관계를 폭로했던 Gavin Lambert은 나중에 헐리우드 전기 작가가 되는데, 헐리우드 5, 60년대는 비밀리에 게이 공동체가 존재했고, 제임스 딘도 그 속에 속했다고 발언하게 됩니다. 다른 전기 작가에 의하면, 제임스 딘은 배우로 뜨기 전, 라디오 프로듀서의 동성 연인이기도 했죠. 물론 제임스 딘은 여자 친구가 많았죠.

제가 요즘 무슨 오타쿠처럼 배우들과 감독들의 사생활과 침실을 추적하고 있긴 한데, 이건 드라마 캐릭터 구축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위 가디언 기사 말대로, 숨겨지고 은닉된 성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작품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이방인, 루저에 대한 니콜라스 레이의 일관된 관심과 중산층의 허위 의식에 대한 비판의 감각도 그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겠죠.

마지막으로 '이유 없는 반항'의 빨간 양말. 그거 섹슈얼리티의 혼란을 지시하는 상징물 맞습니다. 나탈리 우드가 처음에 빨간 옷을 입고 등장하고, 중간부터는 제임스 딘이 빨간 자켓을 입고 나오는데, 친구 플라톤의 양말은 하나는 파랗고, 하나는 빨갛습니다. 일견 가족의 부재를 상징하는 것처럼 읽혀지지만, 짐을 아버지의 대체로 여기고, 양 손가락을 둘둘 말아 짐의 안전을 기원하는 플라톤의 모습은 성 정체성의 혼란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이지요.



아래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처음 그 양말이 나오는 장면인데, NG 컷이에요. 니콜라스 레이가 즉흥 연기를 하라고 주문했다는 걸 알 수 있죠. 본 영화와 전혀 다릅니다. 마지막 테이크의 엔딩, 웃겨요.




가람 2009-04-02 오전 07:44

근데 흑백인데 어떻게 빨간 색깔이 보여염? 글고, 형 교통사고 나서 병원이라며!

모던보이 2009-04-02 오전 08:16

원래는 칼라고, 저 클립은 그냥 흑백이란다.

만우절에 낚인 개가람.....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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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