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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퀴어뉴스 2007-12-21 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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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문의 길]슬픈 이반-‘Gayful Sunday’


2007 12/25   뉴스메이커 755호




어릴 적 이웃집에 살던 친구 있었죠 얌전하고 잘 울던 빨간 벽돌집 소년 하하하 하하하 이 울보야 계집애 같은 호모자식아 다른 친구들이 이렇게 놀리곤 했지 계집애 같은 호모자식아 그 애는 나만 졸졸 따라다니며 소꿉놀이하자 졸랐고 놀이터에서 소꿉놀이하던 모습을 학교 친구들이 보고서 놀려대기 시작했죠 모래를 던지면서 호모라 욕을 했지 난 그대로 도망쳐서 집에 와버렸지 그 후로 난 그 애가 놀러오면 모른 척하며 외면했고 다른 친구들과 공차기를 하곤 했죠 그 애는 멀찌감치 서성이며 눈물 글썽였죠 혼자서 다른 친구들 따라서 공차기를 하곤 했죠 그 애는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눈물 글썽였죠 그 앤 며칠 후에 울며 전학 가버렸지 그 아인 며칠 후에 훌쩍 떠났지 얼마 전 우연히 받은 그 애 소식 여자친구와 결혼한다는 청첩장 난 한참을 망설이다 결심했지 내 남자친구와 함께 갈래 (벽돌집 소년은 날 용서할까) 어릴 적 친구야 (지금의 내 모습 이해해줄까) 난 용기 내어 랄라 한참을 망설이다 결심했지 갈 거야 남자친구 데리고서 벽돌집 소년은 나를 용서할까 지금의 내 모습 이해해줄 거라 믿어 용기 내 - 김하나 ‘이웃집 소년’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198×년 선데이서울에 실린 ‘호모’ 관련 가십기사를 오려 책갈피에 끼워둔 이들
199×년 종로에 입성하여 첫사랑에 웃고 울며 20대를 보낸 이들
2003년 11월 ‘친구사이’에서 게이프라이드를 노래하기 시작한 이들
2006년 12월 첫 공연을 통해 편견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세상에 말을 건넨 이들



그들을 우리는 ‘성적(性的) 지향’이 다르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들을 ‘성별(性別) 정체성’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반적(一般的)’이지 않다 하여 ‘이반(二般, 異般)’이라고도 한다. 그들은 ‘성적 소수자’다. 더 쉽게 말하자면 ‘게이’고, ‘레즈비언’이다. 동성애자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이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나의 중학교 때 짝꿍은 유난히 ‘여성 성향’이 강했다. 곱상한 외모에 성격은 새침했고, 책이나 노트 등을 늘 가슴에 안고 다녔고, 나와 함께 이동할 때면 꼭 손을 잡거나 팔짱을 꼈다. 그럴 때면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그 손이 하도 부드럽고 따뜻하여 속으로는 야릇하기까지 했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 애의 살가움이, 다정다감함이 너무도 좋았다.

지난 12월 9일, 일요일 오후, 홍대 앞 라이브 홀 ‘상상마당’에서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작은 공연이 펼쳐졌다. ‘게이풀 선데이’- 제2회 G-보이스 정기공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마련한 공연이다. 시작 전부터 하나둘, 삼삼오오 사람이 몰려들더니, 객석 120석 규모의 공연장은 어느새 만원이 되었다. 동성 커플도 있었고, 이성 커플도 있었고, 솔로도 있었고, 외국인도 있었고, 인권단체 회원도 있었고, 유명 연예인도 있었고, ‘일반의’ 어쭙잖은 객원기자도 하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특별한 시상식이 있었다. 제2회 ‘무지개 인권상’ 시상식. 수상자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다. 2006년도에 신설된 ‘무지개 인권상’은 ‘친구사이’에서 수여하는 인권상으로, 당해연도에 성적 소수자의 인권 향상에 주요한 업적을 쌓은 개인 또는 단체에 주는 상이다. 제1회에는 정정훈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가 수상했다.

국회의원 노회찬씨는 2006년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례법’을 발의한 후, 2007년 한 해 동안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특히 성전환자 하리수씨의 입양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2007년 제8회 퀴어문화축제 무지개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간담회’를 주최하는 등 성소수자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2일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이 법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최초의 기본법’이 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10월 31일, 법무부는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 대상에서 원안의 20개 항목 중 성적 지향을 비롯해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사항, 병력, 출신 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 처분의 전력 7개 항목을 특별한 이유조차 명시하지 않은 채 삭제했다. 또 애초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안에 명시되어 있었던 ‘성별’에 대한 정의조항까지 삭제, 트랜스젠더의 존재 근거를 없앴다. 이에는 보수 기독교계와 재계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민들 사이에도 동성애와 차별금지 대상 사이에는 분명한 윤리적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다른 차별금지 대상에 대해서 비윤리적이라고 보는 국민이 거의 없는 반면에, 동성애에 대해서는 비윤리적이라고 보는 국민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당수 국민이 동성애를 비윤리적이라고 보는 상황에서, 동성애를 비윤리적이라고 보는 것을 낡은 관습이나 종교라고 무시하며 차별이라고 금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 길원평 ‘동성애차별금지법안의 문제점’ 중에서



얼마 전 ‘보수’와 ‘기독교’를 대표할 법한 한 대선 후보는 친절하게도 ‘특수접대직 종사자 선택법’을 전파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비윤리적으로 치자면 어느 것이 더한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 국민이 성적 지향을 단지 ‘포르노적 시각’에만 갇힌 채 보려 든다면 ‘비윤리적인 현실’은 조금도 지양되지 않을 것이다. ‘상당수’에 의한, ‘상당수’의 성적 지향은 어떤 것일까.

어쨌든 이 날 공연은 ‘Be Our Guest’를 오프닝 곡으로 막을 올렸다. 제1부 ‘그때 그 사람’, 제2부 ‘우리들의 사랑’, 제3부 ‘언니의 꿈’으로 이어진 공연 사이사이 여장이 등장하는 등 깜짝 이벤트가 펼쳐져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 날 사회를 본 ‘피터팬’과 그의 애인 ‘데이님’ 사이의 공개적인 ‘사랑의 언약식’이었다. 이제 마흔세 살의 피터팬은 영화사 ‘청년필름’의 대표로, 갓 스물두 살의 대학생 데이님을 반려로 맞았다. 그들은 커플링을 주고받았고, 사랑의 키스도 주고받았다. 19년의 나이차를 뛰어넘는 그들의 눈물겨운 사랑이야 미뤄 짐작키 어렵지 않을 터였고, 이제 1월이면 데이님이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어서 그 애틋함이 더했다.

1시간 30여 분의 공연은 앵콜곡 ‘거위의 꿈’ ‘금관의 예수’ 등으로 끝이 났다. 그들의 목소리는 감미로우면서도 간절했고, 그 목소리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사람의 목소리였다. 이 날 공연에 참가한 21명의 단원은 공연이 끝난 후 울고 또 울었다. 특히 처음 공연에 참가한 이들의 심정은 더욱 각별했다. 그렇게라도 가까스로 스스로 존재를 드러낸 그들은 비로소 숨어 쉬던 숨을 토해냈다. 그것은 노래가 아니라 울음이었다. 나 역시 그것이 엄연히 프라이버시임에도 그렇게까지 드러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가 짠해서 울었다. 그 날의 공연은 이제껏 내가 본 공연 중 가장 따뜻한 공연이었고, 그 따뜻함은 오롯이 슬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코 동성애를 권장할 생각도 없고, 또 옹호할 힘도 없다. 그렇다고 나는 ‘착한 사마리아인’도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사랑에서 일찌감치 멀리 ‘아우팅’되었음을 ‘커밍아웃’하지 않을 수 없는 ‘비정체적’ 존재일 뿐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슬프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일반이면 어떻고 이반이면 어떻고, 또 삼반이면 어떤가.

커밍아웃은 성적 소수자에게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그것은 성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타인에게도 공개적으로 알림으로써 스스로 당당하게 말하는 행위입니다. 또 커밍아웃은 다른 성적 소수자에게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성적 소수자가 바로 눈앞에, 아주 가까이 머물러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일입니다. 없는 것, 또는 부정적으로 치부되던 동성애를 가시화하고, 동성애가 이성애와 사랑의 대상이 다를 뿐인 보통의 감정이라는 것을 내보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커밍아웃은 이성애만 ‘정상’으로 여기고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성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 친구사이 ‘커밍아웃 가이드’ 중에서

<글·사진|유성문<객원기자> rotack@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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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대표 이종헌)는 1994년에 결성한 남성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다. 오프라인 정회원 30여 명, 준회원 50여 명에, 6200명 정도가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인권운동단체들과 함께 성적 소수자의 인권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종로구 묘동 183 묘동빌딩 302호, (02)745-7942, http://chingusai.net  

박재경 2007-12-22 오후 17:45

ㅋㅋㅋㅋ 김하나 대단해요

Dekay422 2011-11-13 오후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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