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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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utnews 2005-10-24 19: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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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얼마 전 한 후배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라는 영화를 보고 감동받았다면서 남편과 같이 보면 좋을 거라고 강력 추천하더니, 한가지 불만을 덧붙였다. 내용인즉 영화 속에는 여러 형태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중에는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있단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동성애자란 사실이 밝혀진 뒤부터 일부 관객들이 그 사람이 나타나기만 하면 이야기가 전혀 웃기지 않고 오히려 슬프게 전개되는데도 계속 웃음을 터뜨려서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는 거였다. “사람들이 왜 그런다냐”며 함께 편들어 흉을 보았는데도, 뒷맛이 남는다.

몇해 전부터 성적 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는 하나, 편견의 벽은 여전히 두텁다. 사적 영역은 물론이고 공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드러내는 공공연한 적개심이나 호기심 어린 행동으로 그들은 성적 모멸감을 넘어 인간적인 자괴감마저 든다고 호소한다. 형사 사건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수사 담당관이 노골적으로 변태 성욕자 취급을 하며 적나라한 질문을 던지는 통에 너무 고통스러웠다는 얘기를 한 동성애자로부터 듣기도 했다.

한국 사회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인색하다. 동성애에 관한 편견을 부추기는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는 일도 유야무야된 듯하고, 2002년께 힘차게 입법이 추진되던 ‘성전환자 성별 변경에 관한 특례법안’ 역시 회기 만료로 폐기되어 모든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나라밖 소식으로 자주 듣는 동성애자 결혼, 나아가 입양 합법화 논의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받는다.

특히 이들을 비난할 때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게 ‘청소년 보호’ 문제인데, 그들을 숨기거나 왜곡시키고 심지어 억압함으로써 청소년이 보호될지 의문이다. 성적 소수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너무나 좁다. 오히려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다름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이들과 친구나 이웃이 된 뒤부터 내 삶은 훨씬 풍부해졌다. 하리수로부터는 여성스러움과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배웠고, 홍석천으로부터는 열정과 유머를 공급받았으며, 임태훈으로부터는 사회에 대한 애정과 책임을 주입당하곤 한다. 만나보면 이들 대부분은 힘든 가운데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누구보다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 사회 속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야 할 때이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최근 조금씩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적 소수자를 여전히 정신장애로 분류하고 있는 군형법 징병신체검사규칙을 개정하고 성전환 수술에 대해 의료비 등을 지원하도록 관계기관에 권고하였고,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성전환자특별법이 마련되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그 당시 입법발의했던 전 의원이 다시 당선되기라도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닌지…. 나아가 호주제 폐지 이후 새롭게 모색해가는 가족문화 속에는 반드시 그들의 자리도 넉넉히 마련되어야 하겠다. 금쪽같은 우리 아이들이 차별을 당하거나 차별을 하는 사람으로 자라게는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진선미/변호사

2005-10-27 오전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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