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티쉬는 구렛나루다. 남자 얼굴 만지기가 영 서툴기만한 이한에게 말한다.
"니 페티쉬는 이 순간 나처럼 구렛나루야. 그걸 얼굴 선을 따라 감촉하면 돼."
사진 속 수민이 쥐고 있는 건 100만 원짜리 수표다. 페티쉬를 만족시키기 위해 드는 비용으론 좀 과한, 아니 상당히 변태스러운 금액일 거다. 모 영화 기자재 대여업소에서 '빌린' 수표다.
내일은 인천공장 촬영이다. 9시간 만에 장장 열 일곱 컷에서 스무 컷을 소화내야 하는 강행군. 아마도 이번 촬영에서 가장 '빡센' 난이도의 과정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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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내일 인천까지 오시기로 한 친구사이 언니 동생들, 춥지 않도록 옷 따뜻하게 입고 오세요. 오늘 촬영하러 여의도에 갔다가 하마터면 추워서 뒤질 뻔 했어요. 그 추위에 때타올이나 수세미 같은 동생들 피부야 뭐 상할 리 없겠지만, 그래도 모르잖아요, 혹시 떼씬 참가자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암튼 따뜻하게 입고 오셔요.
모처럼 공장으로 가을나들이(?)도 하고 언감생신 저예산 독립영화 엑스트라(그것도 땍땍한 공장노동자 역할)도 해볼 절호의 기회라고, 언니 동생들에게 세뇌시키라며 차돌 대표님에게 간곡히 부탁드렸는데....
내일 봅시다들.
Wim Mertens | The Chi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