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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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m 2005-09-16 22:19:35
+3 789
퀴어 멜로를 표방한 [동백꽃]이란 요상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백꽃]은 본래 [동백꽃 프로젝트: 보길도에서 일어난 세 가지 퀴어 이야기](이하 [동백꽃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옴니버스 영화다. [동백꽃]은 세 명의 감독이 세 게이 커플에 관한 이야기를 멜로 코드로 다루는 가운데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한다.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가 10주년을 기념해 게이 포탈 사이트 ‘㈜딴생각’과 공동제작으로 만든 [동백꽃 프로젝트]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올해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백꽃 프로젝트]는 정식 극장 개봉 시엔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뺀 [동백꽃]으로 관객과 만나게 된다. 개봉에 앞서 [동백꽃] 중 마지막 에피소드 [동백아가씨]를 연출하고 [동백꽃]의 전체 프로듀서를 맡은 이송희일 감독을 만났다. 게이로 커밍아웃 한 몇 안 되는 감독, 그리고 동성애 인권문제 및 사회문제에 확고한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 이송희일 감독과 [동백꽃], 그리고 퀴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좀 피곤해 보인다.
지금 청년필름과 [야만의 밤]이라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현재 프리 프로덕션 중이라 여기저기 많이 좀 다녔다.

[동백꽃]의 배경이 된 보길도와 동백꽃이라는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는지 궁금하다.
학교 다닐 때 보길도로 졸업여행을 갔었다. 그 때 그 섬의 이미지가 너무 좋아 단편 영화를 찍으려고 계획을 세웠다 안됐다. 그 뒤 한동안 잊고 지내다 ‘친구사이’ 10주년을 맞이하면서 뭔가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 퀴어 영화를 기획하게 됐고 자연스레 보길도가 떠올랐다.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과 동백꽃이 주는 신파적 이미지가 퀴어 멜로라는 것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보길도는 동백꽃이 유명하고 보길도의 붉은 동백꽃은 꽃 모양을 유지하면서 떨어진다. 그런 모양이 눈물의 이미지 같았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다.
사실 기획하고 촬영하는 데 시간과 예산 문제로 좋은 퀄리티를 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친구사이’는 단순한 동성애자들의 단체가 아니라 한국동성애자인권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친구사이’ 10주년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점검해보자는 의미로 영화를 기획했다. 문제는 기획을 하고 보니 시간이 정말 없었다. 1,500만 원 예산에 시나리오, 캐스팅, 촬영까지 2주 안에 한다고 생각해보라. 정말 정신이 없었다.

디지털의 한계인지 제작 여건 때문인지 [동백꽃] 에피소드들의 화면 질감과 음질이 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론 시사 상영본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다. 내가 봐도 사운드도 튀고 화면도 좀 거칠더라. [동백꽃]은 세 감독이 보길도에 함께 가서 동시에 찍었다. 그런데 촬영할 때 세 감독이 사용한 카메라 상태가 각각 달랐다. 카메라 기종이 그리 좋은 화질을 내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더 그런 느낌이 날지도 모르겠다. [동백꽃]은 정말 ‘빤스 벗고 뛰어라’ 정신으로 만든 거다. 고립된 공간인 섬을 택한 것도 영화 다 안찍으면 섬에서 못나온다, 뭐 이런 것도 있다.(웃음)

덧붙이자면 뒤의 두 편 [떠다니는, 섬], [동백아가씨]와 비교해 첫 에피소드 [김추자]가 다소 튀는 느낌이다.
각 감독의 개성이 드러나는 옴니버스란 형식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세 편이 꼭 비슷한 균질과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동백아가씨]에선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런 삼각관계는 전작 [슈가힐](2000)의 구도와 동일하다. 그런데 삼각관계를 통한 각 인물의 해법이 서로 다르단 느낌이다. [슈가힐]이 공존할 수 없어 고통스러워 한 반면 [동백아가씨]는 서로 보듬고 이해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난 [동백아가씨]를 '[슈가힐] 2편'이라고 부른다. 글쎄, 달라진 시각이 있다면 [슈가힐]을 찍을 당시는 좀 더 젊고 분노가 더 많았다고 할까. [동백아가씨]에선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상처받은 사람들이란 이해가 더 생긴 것 같다.

당신은 항상 배우 박미현을 여주인공으로 기용한다.
94년도 첫 영화 때 만났다. 사실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쭉 같이 하고 있다. (남자 배우는 늘 새롭게 바뀐다는 말에) 빨리 남자 페르소나를 발견해야 하는데….(웃음) 쉽지 않다.

[동백아가씨]의 배우 이야기를 하자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김태용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의외로 연기가 좋아서 놀랐다.
사실 김태용 감독은 박미현 씨를 통해 알게 됐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얼른 캐스팅했다. 그의 연기에 대해선 평가가 좀 갈리는데, 김태용 감독을 잘 아는 사람들은 ‘어색하다’, 감독이란 걸 모른 채 그냥 배우인 줄 아는 사람들은 ‘응 배우구나’ 하고, 그 사람이 감독이란 걸 아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괜찮네’ 이런다.(웃음)

한국 퀴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주변에 함께 하는 감독이나 영화인들이 좀 있나?
퀴어 영화인은 없다. 전국을 통틀어 ‘난 게이다’라고 밝히고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은 영화계 안팎에서 5명 정도라 말하고 싶다. 한국 퀴어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동성애 관계 같은 코드만 가지고 있어도 퀴어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업 영화들 중 동성애 코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극구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번지점프를 하다]같은 영화도 충분히 퀴어 코드가 읽힘에도 제작사는 아니라고 하지 않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도 퀴어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한국 퀴어 영화의 역사라 할 만한 것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한국영화가 70년 이상 만들어져 왔는데 없을 리가 없지 않나. 사실 2003년 파고다영화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한국 퀴어 영화 10년사를 정리했었다. 현재 나와 에이즈 영화제를 준비하는 박기호 씨와 둘이 준비했다. 일주일 정도 진행했는데, 관객이 많이 찾진 않았지만 의미는 있었다고 본다. 본래 올해 청소년이 만든 퀴어영화제를 기획했는데, 바빠서 진행을 하진 못하고 있다.

이송희일 하면 퀴어 영화감독, 이렇게들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퀴어라는 게 낙인같이 작용할 때가 많다. 난 동성애자이기 이전에 영화감독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영화를 만들면 어떤 동성애 코드가 있는지 먼저 살피는 것 같다. 또 제일 싫은 질문이 “몇 살 때부터 동성애 감정을 느꼈나?” 이런 류다. 나를 퀴어 감독이라고 하려면 다른 남성 감독들도 이성애자 남성 감독이라 불러야 하지 않나? 허진호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 ‘이성애를 어떻게 연출했나?’ 뭐 이런 질문은 안 하지 않나. 퀴어 영화, 여성 영화는 있지만 이성애 남성 감독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 것도 권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낙인 때문에 동성애자 감독이 이성애의 사랑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의혹을 불식시킬 작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겠다.
사실 나는 이성애자라도 멋진 퀴어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퀴어 영화 감독이 아니라 한 명의 감독으로 영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어 나갈 거다. 난 겉멋 든 ‘빠다’ 발라진 영화들이 싫다. 개인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진실성을 담고 있는 영화들을 만들고 싶다.


http://www.cinetizen.com/MOVIE_PEOPLE/MOVIE_PEOPLE_INTERVIEW_VIEW.ASP?C_code=S_MAN_INTERVIEW&M_code=116&file_name=20050910_01_01.htm

안티희일 2005-09-16 오후 23:38

어므나...온냐~~너무 사진 찐하게 나온거 아니니?
한 10살을 젊어보여서 30대 중반으로 보인다~~ 오호호호홋!

안튀희일 2005-09-17 오후 23:33

어므나 ...온냐~~~예술가에 게이라~~ 상종했다간 머리팍 깨지겠네~~

햄토리*^^* 2005-09-18 오전 00:57

영화 꼭 보러 갈께요...
기대가 되네요...
사진도 예쁘게 나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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