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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 2005-07-01 08: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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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에 오늘 게재된 AP통신의 기사를 전문 번역해 올립니다.]

스페인, 동성결혼 법제화

"전통적으로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을 국가적 차원에서 동성결합을 인정하는 세계 세 번째의 나라로 만들 수는 없다"는 보수주의자와 사제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의회는 지난 목요일 동성혼을 법제화했다. 기쁨에 넘친 동성애 운동가들은 투표 후 의원들에게 감사의 키스를 날렸다.

동성결혼 법안은 350석의 의회(Congress of Deputies)를 187표 대 147표로 통과했다. 사회주의진영이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사회개혁 노력의 일환인 이 법안은 동성커플에게 입양권을 부여하고 재산상속권도 부여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이제 법이 되었다. 보수주의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의회가 이 법안을 지난 주에 부결하기는 했지만, 상원의회는 자문의 역할을 할 뿐이므로 입법권은 의회(Congress of Deputies)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표결결과가 발표되자 의회 방청석에서 투표 광경을 지켜보던 동성애 운동가들은 눈물을 흘리고,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부둥켜 안거나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키스를 보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법안을 강력히 반대했던 보수야당의 다수 의원들은 "이건 치욕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내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만이 현재 국가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국가이다. 지난 화요일, 캐나다의 하원(House of Commons)이 동성결혼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캐나다 상원은 이 법안을 7월 말까지는 통과시켜 발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역자 주: 캐나다의 동성결혼 법안은 아직 완전히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단, 상원 통과는 요식절차에 불구하기 때문에 사실 상 법제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는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동성혼을 국가적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한국 언론 일부가 보도하듯) 캐나다가 아니라 스페인입니다.]

수상 자파테로는 표결 전의 토의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의 뒤를 수 많은 다른 나라들이 따를 것입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힘의 추진을 받아 말입니다."

자파테로는 이 개혁이 스페인의 법에 건조한 법률용어로 된 문단을 하나 더할 뿐이지만 그 의미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개혁을 "언어표현을 바꾸는 작은 변화이지만 수 많은 시민들의 삶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말하면서 "우리는 어딘가 멀리 떨어져 있는 알지 못할 사람들을 위해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 우리의 직장동료, 우리의 친구, 그리고 우리의 친지에게 행복추구의 기회를 넓히려고 하는 것"이라 말했다.

자파테로가 소속한 당은 의회 내 다수당은 아니지만 자파테로에 우호적인 지역에 기반한 소수정당들의 힘을 빌어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페인 내의 동성 커플들은 이 법이 관보에 게재되는 대로 결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기는 빠르면 금요일 늦어야 두 주일 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의회 홍보국은 전한다.

보수야당 당수 마리아노 라호르는 표결 이후 "자파테로는 스페인을 분열로 몰고갔다"고 말하면서 그는 동성결혼 대신 동성결합을 인정하는 쪽으로 동의를 구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라호르는 "사회주의자들이 이끄는 일부 국가를 포함한 절대 다수의 국가들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 거기엔 무슨 연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수상은 심도로 무책임한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오랜동안 스페인의 동성애자 운동을 이끌어 온 베아트리즈 지메노는 자신의 파트너인 보티씨와 포옹하며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은 세계의 동성애자들에게 역사적인 날입니다. 우리는 지난 수 년간 싸워왔습니다. 이제는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정말 힘든 작업이 남아있네요."

동성결혼 법안은 자파테로가 추진해 온 자유사회주의적 아젠다 중 가장 담대하고 논란이 분분한 것이었다. 지난 수요일, 스페인 의회는 역시 교회의 분노를 사며 25년 묵은 이혼법을 개정했다. 이로써 스페인의 부부들은 강제로 별거과정을 거치거나 이혼사유를 명시해야 하는 부담없이 이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자파테로는 또한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법안과 스페인의 제약이 많은 낙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코 장군이 집권 중이던 한 세대 전만 해도 스페인의 정부를 장악하고 있었던 카톨릭 교회는 이 법안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카톨릭 교회는 20여 년 만에 반정부 활동을 재개하면서, 수 많은 사람이 동성결혼에 반대해 진행한 지난 6월 18일의 시위를 지지했다. 이 시위에는 20여 명의 주교가 참석했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에는 마지막 항의의 표시로 카톨릭 신자 단체인 "스페인 가족포럼"이 의원들에게 60만 명의 서명이 든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작년, "스페인 주교회의"의 대변인인 안토니오 카미노는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것은 "마치 그 기만성으로 해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바이러스를 사회에 퍼뜨리는 것과도 같다"도 말했다.

이러한 시위와 서명운동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스페인 국민이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여론 조사기관이 지난 5월에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62%의 스페인 국민이 동성결혼을 법제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찬성을 표했으며 30%는 이에 반대했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3%였다. 그러나 이 조사는 또한 스페인 국민들이 동성애 부부의 입양권에 대해서는 반으로 갈려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