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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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5-03-21 22:09:25
+0 1461
1.
딱 한 번 누군가 나에게 만져도 돼요? 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난 대답 대신 꼭 끌어안아주었다. 반면 난 누군가가 옆에 있을 때 '만져도 돼.' 라고 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주인공은 그녀의 젖가슴 가까이 떨리는 손을 얹어놓고 묻는다.

"만져도 돼요?"

결국 대답을 듣지 못한다. 흠씬 비웃음을 당한 그는 나중에 그녀 앞에서 뒤돌아선 채 조그맣고 수줍게 읊조리게 될 것이다.

"나, 만져도 돼요."


2.
언제였던가, 비가 오는 날이었다.
어둠 속에 나란히 누워 있을 때 안 지 얼마 안 되는 기간만큼이나 멀찌기 떨어져 자고 있던 그 날, 처마 밑으로 듣는 빗소리를 들으며 떨리는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안아도 돼?"

그러자 그가 수줍게 웃더니 정말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네."

세월은 흐른다. 나는 사랑에 관한 한 유별나게 집착과 실망의 기울기 낙차가 큰 내 사랑 방식이 '광기'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질 수 없는, 그저 소심한 성격에서 유래한 변덕일 거라고만 생각해왔다.

대신 내 삶의 작은 이벤트들을 모아 내가 쓰는 모든 글들의 소재로 삼는데 이제는 어느덧 익숙해져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어느 비 오던 날의 기억을, 오늘 시나리오 한 구석에 독을 흘려넣듯 서서히 흘려보내고 만 것이다.

이미지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추억은 늘 고통스럽다. 후회와 한탄.

2004/07/10



About The Time | Rod McKu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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