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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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5-03-24 03:31:47
+5 871



La Ville Dont le Prince Est un Enfant (The Fire That Burns, Christophe Malavoy, 1997)


두 소년과 신부의 삼각관계.

이 영화는 푸코의 언어를 빌려 권력의 이중성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낼 여지가 충분합니다. 소년들의 자위와 유럽의 기숙사 학교에서의 소년들의 동성애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부터인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숙사 학교에서는 다양한 검열 방법을 동원해 소년들의 성을 감시하고, 고백케하며, 세밀한 관찰력으로 성에 관련된 담론들을 구분짓기도 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명제지만, 푸코에 따르면 권력은 일방적으로 억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권력은 관계적 속성을 띠고 있어 억압 그 자체가 이미 끊임없이 담론을 생성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마련이라는 것. 예를 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신부처럼 소년들의 우정을 성적으로 읽어내고 단속하면 할수록, 신부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욕망을 드러내게 되어 학교 전체에 호모섹슈얼한 분위기가 드러워지게 되는 역설.

기숙사 학교. 선배 소년은 후배 미소년을 끔찍히 좋아합니다. 심지어 몰래 계곡 동물에 숨어 키스를 나누기도 하지요. 동굴을 막 떠날 즈음에 어린 소년이 말합니다. '떠나기 전에 한 번만 더', 이 순간 화면은 소년의 발만 비추고 있습니다. 헌데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진한 우정을 나누려면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신부는 어린 미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선배 소년들을 떼어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학교에서 내쫓아버리지요. 내쫓는 과정에서도 어린 소년을 위해 자신의 시골 마을에 내려가자고 졸라대는 신부. 선배 소년을 내쫓는 과정에서 신부와 나누던 대사 때문에 거의 고꾸라지듯이 웃었습니다.

소년 :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소피에랑 작별 인사를 하면 안 돼요?
신부 : 그거 너무 멜로드라마틱하지 않니?
소년 : 그렇게 진부해요?
신부 : 그래, 진부해.

짐 위로 뚝 떨어지는 소년의 눈물. 그리고 영화의 2/3쯤 흘렀을 때 영화는 갑자기 방향을 선회해, 아가페에 관한 종교적 담화로 넘어갑니다. 이 카톨릭 기숙사 학교의 늙은 대사제가 상황을 다 파악하고서, 아예 어린 미소년도 학교에서 내쫓아버린 겁니다. 이에 격분한 젊은 신부와 늙은 신부의 말다툼이 벌어지는데, 장장 10여 분이 넘도록 한 씬에서 끝장을 보지요. 주로 나누는 대화는 불경한 사랑과 아가페적 사랑에 관한 겁니다. 늙은 신부의 주장에 따르자면, 너 역시 소년을, 소년의 얼굴을 사랑했던 거 아냐? 그건 희생적인 사랑이 아니지.

제가 이 영화가 교활하다고 말한 것은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대담한 필치로 소년들간의 사랑과 그것을 방해하는 정념에 사로잡힌 신부 이야기로 영화를 끌어가다가 막판에 너무 뻔한 어조로 아가페적 사랑에 관한 장광성을 늘어놓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의 소년애를 들켜버린 신부의 참회어린 눈물로 영화를 끝내면서 도덕적 면죄부를 구걸한다는 점. 게다가 감정이 갑자기 절단난 것은 물론, 영화적 흐름도 이 장광설 때문에 결정적 흠집이 생기고 말았어요.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 말든지, 이런 방식의 어정쩡한 봉합은 사실, 위에 언급한 권력의 모순을 더욱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말지요. 영화가 끝나고 관객의 하나로서 난 이렇게 비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가페적 사랑으로 승화시킬, 그러니까 그 신부들의 소년애가 암튼 수도 없이 실재한다는 소리지?"

초반에 너무 과감한 설정에 깜짝 놀랐다가 역시나 김이 빠지긴 했지만, 설정 자체는 재미가 있군요. 'The Land Whose King is a Child'이라는 소설을 각색했다고 합니다. 감독인 Christophe Malavoy는 감독보다는 배우로 더 유명합죠. 클로드 샤브롤과 몇 번 작업하기도 했고요. 이 영화에서도 질투에 사로잡힌 신부로 등장합니다.

하긴 한국 내 일부 학교에서도 100미터 이내에 동성간에 손을 잡고 다니면 처벌할 수 있는 악법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2005-01-23

동자승 2005-03-24 오전 05:50

저도 꼭 보고싶던 영화인데................
울 동네 비디오 샾 에는 없더군요!!!!!

모던보이 2005-03-24 오전 06:28

안녕하세요, 동자승 님.
아마도 오인하셨나 봅니다. 비디오로 출시된 비슷한 소재의 영화는 페드로 알마도바르의 '나쁜 교육'인 것 같습니다. 저 영화는 국내에 개봉, 비디오 출시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영자막 처리된 DVD 또는 p2p 다운로드로 구하셔야 할 겁니다.

에궁... 여력이 좀 되면 제가 구워서라도 드리고 싶지만, 요즘이 그러니까... 흑... 암튼 나중에 뵙겠습니다.

동자승 2005-03-24 오전 06:50

모던보이님 감사하구요. 다시 보니 제가 오인 했군요!
영화보길 좋아하는데 ...4얼부터 주말에는 시간을 만들려 계획중이니까 좋은 영화 감상 합시다!!! 참 이번 정모때 뵐 수 있죠! 많은 친사 식구들이 궁금하고 보고 싶군요!!!!

물바람 2005-03-24 오후 17:31

저 위의 말 정말이야 100미터이내.

모던보이 2005-03-24 오후 19:13

정말이얌.
물바람 언냐가 모두 패주세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