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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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문 2004-10-20 01: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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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를 보내마





나 이제껏 나를 피했었네
아, 그런데 이제
또다른 내가 이렇게 먼저 가니
언제껏 그 숨죽인 목소릴 참고만 살란 말이냐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기실,
나와는 다른 것까지도 존중함에 바탕하거늘
아니, 다르기에 더욱 존중해야만 하거늘...
그게 바로 사람 살아가는 사회거늘...


오 君,
난 자네를 모르지만, 자네를 아네
아니, 잘, 너무도 잘 안다네


참기 힘든 수모와 눈물과 한숨,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좌절과 절망을.


아 그리하여 마침내,
세상을 뒤집어 버리고 싶은 그 터질 것 같은 분노를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왜 자네는 먼저 가고 나는 남아야 하는가?
이런 불공평한 경우가 어딨단 말인가...


이렇게,
이렇게 남에게 모든 짐 지우는 경우가 도대체 어딨단 말인가...


오 君,
나 늘상 내가 두려웠었네 그리하여,
나 너무 일찍 나를 여위었었네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억누르는 국가보안법 철페하라" 목놓아 외쳤건만
정작,
내 안의 국가보안법
우리를 둘러싼 또다른 국가보안법 앞에선 얼어붙고 말았었지


하지만 오 君,
나 이제 자네에게 가려네
자네가 그토록 외쳤던, 자네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동성애자가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그 길로 달려 가려네
자네를 내 가슴에 고이 묻고서
그 길을 친구들과 타박타박 손잡고 가려하네


부디 잘 가게.
부디 편히 가서
동성애자해방세상을 지켜보게나


아아, 너무 아픈 우리, 오 君아!


- 2003. 4. 25.


* "모든 중생에겐 불성이 있다"고 하시며
모든 이의 차별없는 자비행을 설파하셨던
석가님의 탄신일을 맞아,
2002년 4월 24일,
동성애자로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느꼈던 사회적 종교적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19살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을 맸던 오세인 군을 떠올리며
적어 보았던 글입니다.
오세인 군의 명복을 다시한번 빌며
오 군의 뜻대로,
동성애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람세상을
목매게 그려봅니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