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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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친구 - 미덥지, 편하지, 잘통하지

고정관념 씹으며 맛있는 대화 좔좔
몸부림치는 고독을 너희가 아느냐
"나도 게이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왜 게이 남자친구인가
“게이 남자 친구랑 쇼핑하러 갈 때 가장 즐거워요. 보통 남자친구들은 함께 가도 멀뚱하게 서 있거나 귀찮아 하기 십상이잖아요. 물건 하나를 골라도 게이 친구랑은 서로의 취향에 대해서 한참동안 수다를 떨 수 있고 옷을 살 때는 거리낌없이 조언을 해주죠.”

학원강사인 김경화(32)씨가 게이친구와 하는 쇼핑을 즐기는 이유는 단지 친구가 군말없이 따라와 주기 때문이 아니다. 안목과 취향에 관한 이야기라면 동성친구도 괜찮은 이야기 상대다.

그럼에도 게이친구가 좋은 이유는 여기에 “남자들이 나를 보는 시선에 대한 충고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갈수록 두꺼워져 가는 허벅지에 대해서도 “‘괜찮아’라고 진심 아닌 위로를 하는 여자친구보다 ‘살 좀 빼라’고 듣는 사람 기분 나쁘지 않게 직언을 하는 게이친구가 더 편하다”고 말한다.

남자친구보다 편한
여자친구보다 내밀한

사소한 것에 대한 맘편한 수다는 이성애자 여성들이 게이친구가 좋은 점으로 꼽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여기서 ‘사소한 것’이란 옷차림이나 취미에 대한 취향 등 남성중심의 사회가 사소하다고 규정한 것들이다. 게이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떠들 수 있는 데는 취향의 공통분모도 있지만 여자들끼리 모여 이야기할 때 날아오는 “그저 여자들이란”이라는 억울한 비아냥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수다’로 요약할 수 있는 이런 게이친구와의 우정이 강도의 문제라면 분명 질적 문제도 존재한다. 출판사 편집장으로 근무하는 손희경(29)씨에게 가장 오랜 연애상담자는 게이친구였다. “이를테면 성적인 이야기같은 거요. 남자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친구들과도 이런 이야기를 허물없이 하기는 좀 어려운 것같아요. 학교나 회사같은 공통 배경에 대한 화제나 문제들이 주로 대화가 되고, 아주 내밀한 이야기를 하기는 조심스럽죠.”

퀴어문화평론가인 이주란씨도 손씨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게이친구들도 남성이기 때문에 남자는 왜 그럴까에 대한 여성의 질문에 남성의 입장에서 조언을 줄 수 있고 또 이들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이성애자 남성들과 다른 성적 경험을 하고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성에 대한 이야기를 동성친구보다 오히려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미워하면서 사랑하는
우리는 마이너리티

수치화된 통계는 없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십대보다는 삼십대 미혼 여성들에게서 게이친구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친구들이 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공통의 관심사가 없어서 잘 안 만나게 돼요. 가끔 만나도 너 왜 그러고 사냐는 이야기만 듣게 되니까 더 멀어지고.” 지난해까지 퀴어영화제에서 일을 하며 게이남성들과 동료이자 친구로 어울려 지내는 30대 중반의 송승민씨는 게이친구들과의 관계가 한편으로 편하지만 한편으로 답답한 측면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성의 입장과 게이의 입장, 누구의 삶이 더 고되냐는 문제로 많이 다투기도 했단다.

“네가 게이를 알아 라고 하면 할 말 없는 거죠. 그렇지만 이런 대화를 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아요. 결국 여성이나 게이나 사회의 마이너리티잖아요.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들의 이야기가 여성을 타자화시키는 남성의 논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친해지기도, 연대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거지요.”

이들이 이야기하는 게이 친구의 매력이 물론 게이 전반을 아우를 수는 없다. 손희경씨는 일반 남성 못지 않게 보수적인 게이 남성과 다투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도 여러번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여성성을 지닌 남자가 보통의 이성애자 남자보다 게이 중에 확율적으로 더 많다는 데는 공감한다.

나도 게이같은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성애자 여성과 게이 친구의 관계를 단순히 여성의 판타지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게이 친구란 둘이 또는 여럿이 함께 만드는 관계라는 데 있다. 전남대 심리학과 윤가현 교수는 “게이 사회 전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게이 남성 역시 이성애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주변화되고, 자신이 가진 개인성을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들하고 가까워질 때 본인들도 편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흔히 친구를 사귈 때 말하는 “잘 통한다”는 점 역시 겹치는 조건을 가진 이성애자 여성과 게이 남성에게 형성되는 유대감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전체 게이 가운데 커밍아웃을 한 이들이 아직 소수이듯 이성애자 여성들의 게이친구도 보편적인 문화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김씨처럼 대학때 친구가 나중에 커밍아웃을 하면서 더욱 친해진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커밍아웃한 게이들을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치중돼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영향으로 게이를 만날 기회가 드문 여성들에게도 게이친구에 대한 호기심이 늘고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성애자 여성들의 게이 남성에 대한 호감은 ‘게이’와 ‘남성’ 두군데 모두 방점이 찍힌다. 바꾸어 말하면 성적 파트너인 남성에게 바라는 점들을 게이 남자친구에게서 찾는다고도 볼 수 있다.

여성주의 계간지 <이프>의 정박미경 편집장은 “게이친구에 대한 여성들의 호기심이나 판타지는 21세기 여성이 원하는 남성의 어떤 부분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그는 “섹스가 가능하지 않은 남자들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좋은 건 보통의 남녀관계가 섹스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게 되는 데 대한 짜증의 반영일 것”이라고 진단하며 “내가 알고 있던 남성상과 다른 점들을 게이친구에게서 발견하고, 그를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의 이분법적 구분에 균열이 생기는 느낌이 쾌감이 되는 점도 있는 것같다”고 말한다.

특별한 게이 친구
특별한 그냥 친구!

게이 친구를 가진 여성들의 우정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이들은 게이 친구가 하나의 유행이나, 대안처럼 받아들여지는 데는 반대한다. “게이 친구를 만나는 건 물론 특별해요. 그렇지만 그건 세련된 취향같은 게 아니라 개인과 집단,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겹의 울타리를 부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는 내가 가진 한계나 편견같은 걸 부수는 것도 포함되죠.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점에서 게이 친구를 사귀는 것과 다른 친구를 사귀는 건 크게 다르지 않은 거죠.” 공공전시기획자로 일하는 최영숙씨는 말한다.

게이친구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남자친구 없이도 멋진 남자와 파티에 갈 수 있는 편리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소통의 넓이를 넓혀가는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도토리 2004-06-15 오전 02:57

예전에 보았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란 영화가 생각나네요. 거기서 이런 상황이 많이 나왔던거 같은데...

상수리 2004-06-15 오전 03:00

도토리, 안냥.
요즘 통 꼬라지가 안 뵈네..
우씨,
호홍,. 졸립다.

황무지 2004-06-15 오전 04:54

음..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나는 데요.. 커밍을 하고도 편하게 만나는 여자 친구가 있는 데,
그 여자 친구는 옷 살때 꼬박 꼬박 델고 다니며 자문을 구한다고 하더군요..
쇼핑을 하면서 이런 저런 감각적인 것을 요구하고 선택에 도움 받을 걸 기대한다고 하는 데..
정작 그 게이 친구는 그런 거에 관심 없어 하니까.. 여자 친구 하는 말이..

'너~!! 게이 맞어.? ' .. 라고 따졌다나 뭐라나.. <- 결국 게이의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비극(?)이죠.. -,,-;;

연우 2004-06-15 오전 09:47

그래서.....난 커밍한 녀자친구들이 꽤있는데....
다들 쇼핑할때만 전화하는거였구나..ㅡㅡ
맨날 다른녀자들이랑 쇼핑다녀서.........맨날 여자바꾸니다는소문이...돈다는..ㅡㅡ;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