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에 모 락 전문 잡지사에 다니는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자주 다니는 홍대의 어떤 술집이 있었는데 이따금 락 공연이 조촐하게 거기에서 열렸던 모양입니다.
근데 거기 꽤나 알려진 게이 한 분이 자주 들락거렸었나봐요. 공연이 있는 날 자주 와서는 맨 뒤에 앉아서 가만히 공연을 보고 있더래요. 그런데 알아본즉슨,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연은 그랬습니다. 그 게이 분은 그 술집에서 공연하는 락 밴드의 잘 생긴 리드 보컬을 혼자 사모했던 거예요. 어느 날 용기를 내서 말해보았는데, 그 리드 보컬은 사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대요.
"나, 여자 친구 있어요!"
실제로 걔한테는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퇴짜를 맞고는 더 이상 추근덕거리지 않은 채 공연이 있는 날, 그런 날 가끔 술집 맨 뒤 자리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더래요.
그러면 그 게이의 여자 친구들이 그를 둘러싼 채 다함께 제비 새끼처럼 나란나란 입을 모아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가사가 중요하니 잘 들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옛날 노래에 흠뻑 빠져 있어요. 어찌나 마음 속을 꼭꼭 짚어내는지.. 암튼 그 상황을 떠올리면서 가사를 잘 들어보세요.
바로 그 노래
갑자기 깻잎 타령하다가 생각났는데, 왜 갑자기 깻잎일까 고민해봤어요.
1. 깻잎 팔아 뿅뿅이 왠 말이냐?
오락기계가 대학가를 막 점령하던 시절, 50원과 100원짜리 오락 기계가 있던 시절, 제 과 선배 중에 한 명이 1학년 때 플랭카드를 하나 써서 대학교 안에 걸어놓았대요. 거기엔 이렇게 씌여 있었다고 합니다.
"깻잎 팔아 뿅뿅이 왠 말이냐?"
깡촌 출신인 선배 눈엔 뿅뿅 오락실이 못마땅했던 모양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운동권 선배들 중에 유일하게 20대 초반에 자살한 형이었어요. 그 형이 가끔 생각나곤 하는데, 그 말수 없고 수줍음 많던 형이 플랭카드를 펄럭였을 순간을 생각하면 가끔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동병상련이겠죠, 저 역시 깡촌 출신인데, 우리들 어렸을 땐 학교 끝나면 집에 와서 늘 일해야 하는 처지였지요. 깻잎은 가난의 상징이었습니다. 고무줄에 깻잎 백 장씩 나란나란 열 맞춰 끼워놓은 한 주먹의 묶음이 바로 50원 100원 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2.
전 깻잎을 무지 좋아해요, 나물을 해도 좋고, 고기를 싸먹어도 좋고, 생선 찌게 같은 데 살짝 몇 잎 넣으면 맛이 구수하죠.
하지만 서울에 올라와선 깻잎을 잘 먹지 않습니다. 먹더라도 집에서 오래동안 차가운 물 속에 담가놓았다가 마저 깨끗이 씻어 먹습니다.
제 집은 시골집인데, 왠만한 무공해 농법으로 재배된 게 아니라면 서울에 출하된 대부분의 깻잎이 농약덩어리라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시중에 나와 있는 바나나들만큼은 아니겠지만(미국산 바나나들이 한국에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이 바나나들은 거의 농약으로 만든 거와 같습니다. 원주민들을 고용해서 농장에서 일하게끔 하는데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는 동안 원주민들은 바나나 밭에서 깃발을 들고 지역을 표시하곤 합니다. 이 원주민들이 죽으면 다른 원주민들로 대체하고..... 또 바나나의 수입 과정, 수입된 지역에서 숙성 과정 등에 뿌려지는 엄청난 농약들.... ^^ 그래서 바나나는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풋고추와 더불어 농약 덩어리입니다.
3. 은밀한 기억 하나. 깻잎밭에서. 이건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