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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의자에게도 경찰단계부터 국선변호인 지정해야
무고죄 형량강화 요구 청원 20만명 넘은 것 외면 말아야

 

나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성범죄 피의자 였다. 지난 2016년 8월 유사성행위를 알선하는 신촌에 있는 마사지샵에 대해 수사기관에 제보한 적이 있다. 업소는 경찰에 의해 단속이 되었고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후 돌연 종로경찰서와 중부경찰서로부터 성폭력 사건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내게 들어온 고소장은 모두 네 건이었다. 내용은 동대문운동장역 인근에 있는 ‘동성애자 전용 휴게텔’ 의 손님으로 방문하여 다른 손님을 강제로 추행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고소사건 내용도 그와 비슷한 것이었다. 해당 업소는 내가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한 마사지샵의 업주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경찰에 고소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런데 경찰로부터 돌아온 답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신상을 알려줄수 없다’는 것이었다. 중부경찰서 담당 형사는 ‘피해자 신상’이 노출될 경우 ‘2차 가해’가 될수도 있기 때문에 고소인의 신원을 밝힐수 없다는 말을 했다. 가명 조서라서 피해자 신원을 알려줄수 없다고 했다.

 

나는 수사받는 내내 ‘상대방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가명만을 듣고 “만난 사실이 있는지, 추행을 한 사실이 있는지” “네가 추행을 안했다는 증거를 대봐”라며 질문을 받아야 했다. 나는 “기억이 안난다”고 말을 했는데 경찰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지 사건이 없었다고는 아니죠?”라고 반문했다. 그래서 다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했더니 경찰관은 “회피하시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이런 조사과정에 반복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의 경찰 수사에 당황하고 있을때 마사지샵 업주가 돌연 나를 찾아왔다. 종로경찰서와 중부경찰서에 고소된 사건들을 언급하면서 “네가 내 업소를 신고해서 법을 좋아하는거 같아서 법대로 해줄려고 한다”면서 다만 자신이 피의자로 조사받고 있는 종업원 강제추행 사건에 대해 대신 합의금을 마련해 고소취하서를 받아오면 나머지 사건들을 모두 무마시켜주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내게 걸려온 고소사건들이 이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지울수 없었다.

 

나는 마사지샵 업주의 대화를 녹음하여 녹취록을 만들어 경찰에 제출하려 했다. 그러자 담당 경찰관은 "별건이니까 자료제출을 받지 않겠다“ ”우리는 성폭력이 있었는지만 수사한다“는 것이었다. 고소를 한 이들과 해당 마사지샵 업주의 통화기록 등을 미리 제출받아 수사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사건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니까 진술하지 마라“는 식이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동성애자 휴게텔’이 동성애자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상호 동의하면 성관계까지 할수 있어 신체접촉이 어느정도 용인되는 일반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보이고,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해당 고소건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나는 내가 고소를 당하고 무혐의 처분을 당한 이후에도 나를 고소한 상대가 누구인지 알 길이 전혀 없었다. 무고죄로 상대를 고소하려고 해도 상대방의 신원을 알수 없으니 막막할 뿐이었다.

 

다행이 2017년 11월 마사지샵 업주의 ‘휴대폰’이 검찰에 압수되고 해당 업주의 동거인이던사람이 자신과 마사지샵 업주의 카카오톡 대화 전문을 보내오면서 “해당 사건들은 모두 마사지샵 업주가 다른 친구들을 시켜서 만들어 낸 것”이라는 증언을 해줬고, 이를 통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무고죄로 고소장을 접수할수 있었다.

 

무고죄로 고소장을 접수하자 당시 고소장을 접수했던 이들에게 연락이 왔다. 고소장을 접수했던 이는 내게 “나는 당신을 형사처벌할 생각이 없었는데 마사지샵 업주가 저로 인해 단속을 당했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해 고소장을 접수하게 되었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그리고 당시 마사지샵 업주와 주고받은 문자 와 카카오톡 대화내역도 확보할수 있었다.

 

성범죄 피의자로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의 태도는 ‘나는 강제추행을 한적이 없었는데 마치 강제추행 가해자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조사를 받았다. 만약, 그 당시 고소인들에 대해서 무고죄로 경찰이 수사를 했다면 수개월동안 고통받지 않아도 됐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2018년 4월 또 다시 내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강남에 있는 동성애자 휴게텔이었다. 이번에는 고소장이 접수되자마자 즉시 ‘무고죄’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강남경찰서의 강제추행 혐의는 한달여만의 무혐의가 나왔고, 이제는 무고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된 22살짜리 친구는 그제서야 어플에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돈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내가 과거 신고했던 마사지샵 업주를 만났고, 마사지샵 업주가 나를 강제추행으로 고소장을 넣으면 합의금을 받을수 있다고 말을 하며 고소를 하라고 시켰다고 사실을 밝혔다.

 

2년동안 나는 5번 성폭력 피의자로 조사를 받아야 했고, 지금은 강제추행 및 유사강간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가 나왔다. 그러나 수사단계에서 이미 ‘마사지샵’ 업주가 고소인들에게 접촉하여 ‘고소장’을 접수하도록 시킨 정황이 발견되었음에도 경찰은 이 부분에 수사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한다며 피해자를 본적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내게 ‘기억을 해내’라고 강요하였으며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을 두고 ‘없었다고 말을 하지 않았으니 유죄에 의심이 있다’며 몰아세웠던 것은 아직도 수치스럽고 모욕감이 남는다.

 

이번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무고죄 형량을 강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청원이 20만명을 넘어갔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반대로 ‘성폭력 고소’가 들어올 경우 피의자의 방어권을 더욱 제한하는 수사 매뉴얼을 발표했다. 성폭력에 대한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무고죄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내가 겪은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피해가 될 우려가 되어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기구는 많지만, 무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 기구는 전무하다. 성폭력 사건에 가장 큰 쟁점은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느냐’ 인데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국선 변호인’이 지정되어 법률적 조언을 해주는데 반면, 피의자로 몰린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률 조언도 받지 못하고,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어”라고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수사기관에 절망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안서를 올렸다. “성범죄 피의자에게도 경찰단계부터 국선변호인 지정해달라”는 것이다. 범죄자에게 변호사를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을수 있겠지만 국선변호인은 피의자를 ‘거짓말’로써 빠져나가게 하라고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가 정말 성폭력을 했다면 피의자를 설득하여 피해자에게 사과하게 만들고, 피의자가 정말 억울한 점이 있다면 경찰단계부터 피의자의 입장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만약 피의자가 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지정한 국선변호인에게 지급되는 보수를 피의자에게 다시 돌려받는 구상권 청구도 생각해볼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는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성폭력 피해 고소가 ‘꽃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법은 누군가에게 폭력이 되어서는 안된다. 10명에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구할수 있어야 하는 것이 법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는 말을 누군가는 들어줄수 있도록 피의자의 방어권이 최소한이라도 보장될수 있도록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경찰단계부터 국선변호인 지정’을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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