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빛이 부서지는 거리를 멍하니 걷고 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과 차들을 보며 넋을 잃고 서 있다
봄은 그렇게 가고 있었다.
사랑이 진노가 되어 모든 것이 변했을 때
더 이상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분노와 사랑 사이에서 힘겹게 줄다리기를 했다.
자꾸만 하늘로만 올라거거나
자꾸만 저 지하 어두운 동굴 속으로 끌려내려가는
마음을 붙잡으려 얼굴과 손이 햇빛에 타들어가고 있다.
마주 잡았던 손의 체온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버려진 한 숨만 허공을 맴돌았다
온 몸으로 비난을 맞고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 무심코 욕을 뱉고 지나갔다.
논 두렁에 짓밟힌 무지랭이 잡초처럼
아프지 않을 만큼만 숨을 쉬겠노라 다짐했다.
하얀 산 새를 그리워했다.
우리 모두 외로웠노라 고백하기를
잠깐 망설이는 사이
흔하디 흔한 사람들 모습으로
소주 한 잔 하자며 방문을 두드렸다.
한참 안부를 열심히 묻고 답하며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느냐
얼마나 원망했는지 아느냐란 말에
모두가 새 빨간 거짓말
사랑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였던 그 말은
섹스가 태어나기전부터 이미
우리의 마음 속에 있었다고 말이다.
감자탕 척추뼈에 붙은 살을 발라낸다.
성글하게 발라지고 살이 베어진
뼈무더기도 진실이 아니야
내 입으로 들아가는 술도 진실은 아니야
아 벌려진 너의 입에 고기 한 젓가락 떠먹이며
눈물이 흘렀다.
고통속에 일그러진 너의 몸을
이제라도 만나서 반갑고 고마웠다.
피가 되고 살이되렴
뼈가되고 눈이 되렴
고달프고 애처로운 이 사람아
오늘 밤은 맛나게 먹소
고기 한 젓가락 또 물리네
아 한 번 하소
많이 미워하게 많이 미워해
그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반갑고 고마우면 장땡이여
우리는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