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 Don : A Love Story, Tina Mascara, Guido Santi, 미국, 2007
'싱글맨'의 저자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그의 연인이었던 돈 베차디의 러브 스토리에 대한 다큐 작품. 그렇게 슬픈 다큐가 아닌데도, 눈물 콧물이 줄줄.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세계 동성애자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죠. 그의 소설 속에 '게이' 화자를 처음으로 등장시킨 작가니까요. '베를린 스토리'와 '싱글맨'의 저자는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감추지 않아요. 최초의 커밍아웃한 작가라 부를 수 있지요.
베를린 스토리는 나중에 '크리스와 그의 친구들'이란 책으로도 확장돼요. 그리고 올해 '크리스토퍼와 그의 친구들 Christopher And His Kind'이란 TV 영화로 만들어졌어요.
본디 영국 출신이었던 크리스토퍼는 자신의 섹슈얼리티 때문에 독일로 건너갑니다. 히틀러가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게이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던 독일로 갔다가 히틀러가 장악하자 영국으로 떠나게 돼요. 이때 독일에서 만난 헤인즈라는 소년을 데리고 영국으로 오지만, 영국에서 받아주지 않자 유럽을 같이 떠돌다 헤인즈는 게슈타포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크리스토퍼와 그의 친구들', 이 영화는 나중에 시간 되면 소개합죠. 재밌어요. 게슈타포에게 붙잡혔던 헤인즈와는 나중에 해후하지만, 이미 결혼해 버렸어요.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그 이후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바로 돈 베차디를 만나게 돼요. 돈이 16살에 해변에서 만났고, 18살에 처음 키스를 하자마자 돈이 후다닥 도망갔고, 그리고 21살 때야 비로소 당시 51살이었던 크리스와 함께 사랑에 빠지게 돼요.
그리고 크리스가 암으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요. '크리스와 돈의 러브 스토리'는 크리스와 돈이 해변에서 만나 크리스가 죽고, 돈이 여전히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요. 제 영어 실력이 짧아 100% 모두 내러이션을 이해한 건 아닐 테지만, 여튼 묘한 감동 때문에 펑펑 울게 되는군요.
30살 터울이 나는 크리스와 돈. 이들 사이엔 연인 감정과 부자간 정서까지 곁들여 있어요. 크리스는 죽어가면서도 아직 자신을 떠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며 돈을 걱정해요. 돈은 크리스가 죽어갈 때 7일 동안 그를 그립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크리스는 돈을 격려해요. "그렇게 하는 게 바로 예술이야." 혼자 살아남아서 그 말을 전해주는 돈은 그 마지막 말을 들려주며 울먹이죠.
P.S1
헐리우드에서 배척당했던 이들 커플과 가장 친했던 배우는 '싸이코'의 배우 안소니 퍼킨스였대요. 안소니 퍼킨스는 평생 그의 게이 섹슈얼리티를 부정하며 살아온 불운의 배우였었죠. 저도 이 다큐를 보며 이들이 친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