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이 글을 작성하는 저는 동성애자인의 가족입니다. *
먼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어렵게 첫 줄을 적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성애자인 동생을 둔 누나로서, 그것도 같이 살지 못하는 해외에 있으면서 동생의 커밍아웃 소식을 듣고
절대 반대자인 둘째 여동생과의 사이를 어떻게든 원만하게 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제가 해외에 있는 관계로 동생(막내)는 돌째와 함께 살고 있거든요. 부모님은 안계십니다.
사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저도 동성애자인 동생이 달갑지는 않습니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때는 막내동생이 중학생때였습니다.
때려보기도 하고 화도 내보고 하다가, 결국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게다가 이제 남은 가족이라고는 삼남매뿐인데, 동생에게 그것때문에 매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해하려고 하고 모른척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왔습니다.
그런데, 막내 동생이 얼마전 집에서 친구와 함께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여하튼,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봅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둘째 동생이 일찍 집에 돌아왔고 결국 막내 동생과 친구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합니다.
결국 참아왔던 둘째 동생은 지금 저에게 전화와서 더이상은 참을 수 없으니 집에서 내보내겠다고 하고
막내 동생이 없는 사이에 대문 열쇠를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가족 관계를 아예 끊겠다구요.
막내 동생은 변명만 늘어놓으면서 서로간의 골이 깊어져버렸습니다.
벌써 이게 두세번쯤 반복된 일인데, 어떻게든 중재해보려고 해도 둘째는 중재하려는 제가 이해가 안된다며
이제는 전화도 받질 않습니다. 막내 동생과 통화해보려 해도 역시 전화를 안 받구요..
이런 내용으로 이곳에 올리는 점, 혹시 불쾌하거나 언짢으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장 한국으로 달려갈 수도 없는 이 상황에 인터넷에라도 지식을 구해보고자 하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 입장이 다른 두 동생의 골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전에도 같은 문제로 싸우다가 몸싸움까지 벌여 둘째동생이 목을 크게 다친 적도 있습니다.
막내 동생은 이제 20대 초반을 넘기고 있습니다.
중학생부터 시작된 막내 동생의 성 취향을 바꾸라고 하는 것도 무리인 것은 압니다.
그렇다고 근 10년 가까이 같이 살면서 자신이 그렇게 반대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살 수 밖에 없는 둘째 여동생의 마음도 이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는 부모님을 어려서 여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두 동생들이 서로 찢어지겠다고
하니, 정말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눈물 밖에는 나질 않습니다.
저의 지금 입장에서, 제가 어떤 입장이나 행동을 취해야 하는 건지
정말 조언이 필요합니다.
서로간의 주장을 현명하게 내세우며 가족내 의견교환이 바람직하지만, 많은 가정에서 그것이 쉽지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남동생이 변명을 하신다고 하는데,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지만, 서로간의 상황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어슬픈 노력은 아닐까요?
동성애자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신의 성정체성이 남과 다르기에 고민을 하게 됩니다. 사회적 통념(이나 혹시 종교인이라면 종교적 교리)상 자신을 자신에게 설명하기가 쉽지않은 상황이 되는 거지요.
더우기 자신을 남에게 설명하는 것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세련된 사회적 기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자신을 변호하지 잘 못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큰누나께서 그나마 남동생을 이해해주시려 하시니 다행입니다.
자신의 가장중요한 고민거리가 생겼을때 사람들은 누구를 찾게 될까요?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보통 가족이지요. 하지만 가족들이 자신을 등진다면 그 대상은 친구가 될것입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서로 등진다면, 갈등을 슬기롭게 풀지 못한 책임이 서로에게 있습니다. 이성애자이시면서 나이가 많은 연장자들이 사회적 약자인, 나이 어린 동성애자를 이해 하려는 노력을 먼저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지금 상황을 자세히 보면 두가지 문제가 겹쳐 진듯 합니다.
1. 남동생이 집에 애인을 데려와 성행위를 했다.
2. 여동생이 동성애를 정죄하고자 한다.
먼저 남동생이 애인을 집에 데려와 성행위를 했다는 것인데, 이성애자인 경우에도 미성년자 또는 분가전에 애인을 집에 데려와 섹스를 하는 것은 제제를 당하는 사안입니다. 이런것은 가족간의 예의이자 규율이므로 향후 이런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것입니다.
성인이 되어 경제력을 가지고 독립을 하게 되면, 가족 눈치 않보고 성인의 사생활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차적인 독립과정을 거치지 않고 갈등속에 가족이 갈라서는 것은 나중에 후회로 남을 것입니다.
가족이 사는 집에 서로의 애인을 데려와서 성행위를 하는것에 대해 예의에 어긋난다고 질책할수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가족의 연을 끝는다는것은 지나친것이 아닐런지요. 단순히 예의의 영역보다 더 큰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여동생이 동성애를 싫어하는 것은 그 분의 자유입니다만, 남동생의 성정체성을 제한할 권리는 없습니다. 서로 독립된 성인이 된다는 것은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동성애 혐오와 가족간의 예의존중의 문제가 뒤섞인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을 잘 가려내어 각각 대처를 하시어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추가로
저의 상상일수 있겠지만, 부모님이 안계시면 나이든 형제들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융통성이 없을 수 있습니다. 가족간의 규율이 무너질것이 두려워 오히려 동생을 집에서 내쫓는 역설적인 반응은 아닌지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바라건데 각자 나이가 들어 독립하시기 이전에 서로를 이해하시고 가장 힘든 일을 서로에게 논의할수있는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생이 사회에서 당하는 차별에 힘이 되어주고, 좋은 남자를 만나는 노하우를 서로에게 가르쳐 줄수있는 화목한 가정이 되시길 기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