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 작가의 신작 시집
<오늘 나는 푸른색 풍선이 되어 도시를 헤매었네> - 이반시티 대문에 광고^^
가, 알라딘에서 시부문 주간 베스트셀러 1위가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아래는 시집에 대한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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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문학 최초로 한국 동성애자가 직접 쓴 게이 시집. 서울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한국 동성애자의 10년간의 현실적 삶의 기록이 아름다운 시들 속에서 솔직하고 담담하게 녹아있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생각의 좌표’를 쓴 작가 홍세화씨의 시추천사가 덧붙여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여러 가지 본격 동성애 서적들의 출판을 통해 동성애 문학 창작활동을 지원해왔던 <도서출판 해울>에서 동성애 시집을 최초로 출간했다. 그동안 소설 중심이었던 동성애자들의 글쓰기가 이제 시 영역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서울의 하늘아래에서 낮에는 평범한 회사 직장생활을, 밤에는 포크음악 앨범 작업을 하는 작가 오신이 쓴 이 시집은, 헐리웃의 가볍고도 달콤한 로맨틱 코메디 영화 등에서 유머스럽게 또는 뻔드르르 화려하게 등장하는 동성애자의 표면적 이미지나, 요즘 몇몇 TV드라마에서 감초격으로 등장하는 1차원적이고 흥미위주의 동성애자의 이미지를 떠나, ‘시’라는 가장 내면적인 문학 장르를 통해 동성애자라는 사람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평범한 가족과 친구들과 서울이라는 실제 삶의 공간과 연결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현실적인 진짜 인간”으로서, 깊고 다양한 차원의 인간적 내면의 모습들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이 시집의 수록작들은 단순히 동성애자의 사랑만을 다루고 있진 않다.
서울이라는 팍팍한 도시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표제작 <오늘 나는 푸른색 풍선이 되어 도시를 헤매었네>를 비롯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작별/그때까지 안녕, 안녕/옛날의 인디언들은), 아버지와의 사랑과 갈등(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봄날에/늦은 밤 한밤중에), 다정한 친구들과의 우정(고양이 친구/단비/2003 summer night in Paris, Corea), 가족애(홑이불 속에서/청소/여수의 밤/a drive with my father)에 여행시(이작도/그랜빌 아일랜드/향일암)까지 작가가 지난 10년간 살아오면서 느낀 솔직하고 다양한 감성의 기록들이 듬뿍 담겨져 있다.
하지만 역시 동성애자의 성정체성을 억누르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동성애자로서, 작가의 내적고민과 불안, 슬픔들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내게/성인이 된다는 건/문을 많이 만드는 일/작은 문/커다란 문/셀로판 비닐이 붙은 문/검은 커텐을 내린 문/커다란 쇠자물쇠를 걸어둔 문/언젠가/누군가/밖에서 내 문들을/모두 활짝 열어주길 바라면서도/난 오늘도/열쇠꾸러미를 손안에 꼭 움켜쥐고 있다(문을 열어줘)
― 어쩌면 오늘 나는 에이즈에 걸렸을지 몰라/그저께 읽은 정치잡지의 기사 이야기처럼/나도 눈이 멀어가는 에이즈 환자가 되어/제발 값싸게 약을 사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명동성당 거리에서/정부를 향해 목숨을 건 시위를 해야할지도 몰라/난 오늘 에이즈에 걸렸을지 몰라/하지만/사람은 언젠가 죽는거잖아/오늘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 하더라도/내게 남겨진 시간은/20년? 30년? 40년?/나는 인류역사속의 거대한 물줄기안에서/잠시 떠올랐다 가라앉아/영원히 사라질/티끌일 뿐이야(시네마 모텔 中에서)
추천사를 쓴 홍세화씨(‘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생각의 좌표’의 작가, 한겨레 기획의원)는 “소수자에겐 이 ‘자기 돌아봄’이 오히려 일상이다. 모든 사물과 현상은 이중성을 갖기 마련이며, 그래서 소수자는 사회 안에서 견뎌야 하는 천형(天刑)의 크기만큼 천혜(天惠)도 함께 누려야 마땅하지만 집단의 광포한 무게 아래 권력과 거리가 먼 개인들이 모두 짓눌리는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 개인에겐 천혜는커녕 끝없는 ‘자기 돌아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성찰과 존재감을 끝없이 확인하려는 그것 없이는 영혼마저 되바라지거나 피폐해질 만큼 무섭도록 불관용의 사회인 것이다.”라며 시집 안에 담겨있는 작가의 개인적 성찰과 고민을 일반화하여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