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샤 푸치니니의 ‘보디가드’
실제 동물이 아니라 키네틱 아트로 구현된 모형물. 패트리샤 푸치니니는 유전공학으로 잘못 창조된 동물의 형상을 통해 생명윤리에 관한 질문을 묻는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관람객들은 끔찍하고 오싹한 형상들을 보며 유전공학의 폐해를 느낀다는 게 평자들의 말.
하지만 자세히 이 형상들을 들여다보면 어떤 '연민'이 느껴진다. 눈빛은 슬픔을 띠고 있고, 외침은 떨리며, 손가락은 굽어 있다. 그건 유전공학의 폐해, 그 비극적 결말로 그저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마저도 생명'이라는 사실을 적시해주고 있다. 말하자면 타자화된 괴물들을 통해 자기는 안전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얕은 윤리의식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가령, 아래 형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분히 연민의 정조를 찾아낼 수 있다.
나뉘어지지 않는
우리는 가족이다
간만에 푸치니니의 형상물들을 지켜보자니, 이성보다 외려 감성이 상실된, 감성 교육이 부재한 세대 속에 억지로 어깨를 끼워넣어 부대끼는 일이 꽤나 고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신 :
그나저나 맨 위의 모형물, 자세히 보면 친구사이 회원 중 '개'모 씨와 약간 닮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