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저 역시 십 년 쯤 전에... 커밍하고 나서
갑자기 가족들에 의해 일주일에 두세탕씩 강제로 맞선에 끌려다녔던 경험이 있는지라...
제가 썼던 방법들을 알려드린다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가장 본인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사용하시길...
1. 일단 나가서 매너없이 군 다음 차이는 방법
- 약간의 연기력이 필요함. 편하긴 하지만 상대방 여성분에게 미안함. 그리고 후에 집안 욕을 얻어먹을 각오를 해야 함. 그리고 게이로서 같은 처지의(?) 여성에게 매너없이 군다는 것은 상당히 힘듬.
대부분 여자들은 게이랑 선 보고 나면 재밌다고 좋아함.
2. 대충 시간을 때운 다음 주선자에게는 상대여성이 맘에 안 들었다고 말하는 방법
- 힘들겠지만 표정관리 잘 하면서 맞선자리에 나가서 수다 떨거나 영화를 보고온다.
역시 편한 방법이지만 상대방에게 미안하긴 마찬가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가족들이나 주선자가 더 열심히 맞선자리를 구하기 위해 뛰어나니게 됨.
3. 상대방에게 고백하고 재밌게 놀다 헤어지는 방법
- 상대 여성에게 게이라고 말해도 되고,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어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음 상대여성이 기분나빠하지 않는다면 실컷 수다 떨거나 술이나 마시며 놀다 오는 방법.
젤 무난하지만 상대 여성이 이해심 많고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없어야 함.
4. 주선자/중매아줌마/커플매니저 등에게 밉보여 찍히는 방법
- 이건 몇 번 끌려다닌 후에 가능한 방법으로 주선자에게 몰래 찾아가서 결혼생각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고, 다른 각종 방법을 동원하여 밉보인 다음 다시는 주선할 생각을 못하게 함.
5. 맞선에는 커밍아웃으로 맞불을 놓는 방법
- '게이가 무슨 결혼이냐. 여자가 불쌍하지도 않느냐'면서 세게 나간다. 젤 화끈한 방법이지만 뒤치닥거리 하기가 힘들다. 특히 맞선을 계기로 커밍아웃을 하려면 미리 만반의 준비는 해야 한다.
6. 아카데믹하게 설득하는 방법.
- '독신주의자'라고 말하거나 주위의 싱글맘,이혼가족,대안가족 등을 보여주며 결혼하지 않더라도 훨씬 더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나 보통의 부모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힌다.
(참고로... "어머니/아버지는 결혼해서 행복했어요?"라고 묻는 등의 방법은 부모님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한다")
7. 각종 핑계를 대며 미루는 방법
- 아직 직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든가. 돈이 없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 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식의 핑계를 대며 뒤로 미룬다. 소극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제일 많이들 사용하는 방법. 건강상 문제가 있다고 하면 가족들이 보약(정력제)을 지어다 줘서 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
8. 기타
- 약속을 무단으로 펑크내고 가출하거나 외박하는 방법
- 묵비권이나 밥 안 먹기 등으로 시위하는 법
- 레즈비언 친구나 아는 여자에게 부탁하여 여자친구인 척 해달라는 방법. 잘못하면 계약결혼까지 해야 하는 수가 있으므로 극히 조심해야 함.
9. 마지막으로 정 안 되면... 동성애인을 집에 소개시켜주는 방법.(모든 이의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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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만 빼고 거의 다 사용해 봤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어요...ㅠㅠ
꼭 해야 하는 거라면 맘을 편안하게 먹고 나가세요.
상대방 여성도 강압적으로 끌려나왔을 수도 있고... 비슷한 처지 일수도 있으니까요.
- 갠적으로 3번,6번,9번을 추천함.
>결국 올 게(?) 오고야 말았다...
>이 나이 먹도록 맞선 한 번 안 보고 버텨왔다고 자부했었는데,
>엄마가 오늘 갑자기 맞선 보라고 난리다.
>동생놈 결혼식의 여파가 이제 오는 게지...
>
>결국 한바탕 싸운 다음에 겨우 승락은 했지만,
>결혼 계획 전혀 없다고 했더니
>게이냐면서 온갖 호모포비아적 발언을 쏟아내는데...
>
>어차피 내가 게이라는 걸
>서로 알면서 아닌 척, 모르는 척해왔지만
>엄마가 안 지 4년이 됐는데도
>미련은 안 버려지나보다...
>
>암튼 며느리라는 사람이 집에 들어오고부터
>엄마는 완전 '가부장적 가족 제도로의 귀환' 모드다.
>이해는 되지만,
>과연 가족이라는 게
>한 가지, 한 종류만 있어야 되는 건지...??
>
>그냥 괴롭고 힘들다...
>맞선 자리에선 어떻게 양쪽 집안 욕 되지 않게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까.
>나, 표정 관리 전혀 못하는데...
>
>이게 다 내가 못난 탓이겠지...
>이 나이 되도록
>내 인생을 저당 잡혔다는 게
>정말 싫고 부끄럽다...
'억지로 끌려나왔다, 미안하지만 결혼 생각 없다'고 하고 곧장 찢어지든가
대낮부터 술집 데려가서 기겁하게 만들까 싶었는데,
이렇게 각종 대안까지 마련해주시니 정말 감사 만땅이네요~! T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