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도 될까요" 금기 깬 동성혼인
[세계일보 2006-01-31 21:03]
독일 제2 도시 함부르크의 올레 폰 보이스트 시장은 4년 전 연정 파트너였던 국가정의당의 로날트 쉴 당수에게서 당시 법무장관과 동성애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자, 정치 생명을 내걸고 ‘커밍 아웃’을 한 뒤 쉴 내무장관을 파면하고 다시 선거를 실시해 압도적 득표로 단독 집권에 성공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독일 정계에서 정치인의 동성애 폭로는 정치적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 보이스트 시장이 동성애자란 사실은 이미 함부르크 유권자들이 다 알고 있지만 그의 정치 생명은 아직 탄탄하다.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도 동성애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정치적 인기는 여전히 높다.
독일 정부가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한 것은 2001년 8월 1일. 2월 16일 하원을 통과해 5개월 후 발효된 동성애자결합법으로 동성애자들이 이성 간의 혼인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누리고 법적 혼인신고도 할 수 있게 됐다.
2005년 1월부터 결혼신고를 마친 동성애 배우자의 자녀 입양권이 인정됐으며, 배우자 사망 시 연금 지급의 길이 열리는 등 명실상부한 동등권이 부여됐다.
유럽에서 가장 늦게 동성애혼이 허용된 나라 중 하나인 영국에서는 지난해 12월 19∼21일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동성 간의 법적 결합을 허용하는 ‘시민동반자법’이 발효됐다. 이 법은 ‘결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성 간의 결혼과 전혀 차이가 없는 평등법이다. 50여년간 긴 투쟁의 산물이었다.
영국에서 동성혼인을 거행한 가장 유명한 인사는 가수 엘튼 존이다. 지난해 12월 21일에 존은 파트너인 데이비드 퍼니시와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영국에는 이 외에도 패션 디자이너 야스퍼 콘란, 방송인 돈 에이리, 극장재벌 캐머런 매킨토시, 작가 앨리 스미스 등 저명 남녀 동성애자들이 사회 각 분야에 깔려 있다.
최근 들어 동성결혼이 점차 확산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이는 건전가정 정신에 배치되는 것으로 자녀교육 등 문제점이 늘어나면서 그 해결책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독일동성애자연합회(LSVD)의 엘케 얀센 회장은 독일 어린이 2100만명 가운데 10만명이 동성애자 가정 출신이라고 밝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에서 동성애가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은 종교계와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는 동성 결합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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