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공간문화축제 |
기간: 2005. 12. 13(화)~18(일) 작가: 김화용, 배성미, 이미혜, 이서경, 윤해영, 장희선, 조정화, 조주상, Cui Xui-Wen 장소: 서울여성플라자 2층 전시장 및 화장실 문의처: 02-824-3086 전시구성: 주제담론 “화장실, 배설, 그리고 여자”/ 화장실 스와핑 섹션/ 인터렉티브 퍼포먼스 일상의 물리적/관념적 공간을 젠더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기 위한 여성과공간문화축제 세번째 전시는 “화장실” 공간을 주제화한다. 배설의 행위는 종종 성적 욕망의 해소와 동일시되며, 따라서 배설의 공간인 화장실은 성 담론에서 빗겨갈 수 없다. 화장실은 공공의 장소이면서 사적인 볼일을 보장하는 은밀함을 동시에 갖춘 모순의 공간이다. 모든 ‘금지’된 것들을 은밀하게 거부하거나 반역할 수 있는 동시에 공공장소로서 부가되는 성 정치와 사회적 관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소인 것이다. 화장실에 관한 여성주의적 전시는 화장실 문화가 지닌 “성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정형적 성별화로부터 파생되는 성권력이 어떻게 공간권력을 편성하는가를 탐구해 본다. 전시구성은 크게 ‘화장실과 배설행위, 여자’와 관련된 화장실 성별화의 이슈들을 주제 담론화한 사료와 정보 위주의 위주의 섹션과, 실제 남/여 화장실 안에 존재하는 성별화의 코드들을 수집하고 이들을 물리적 공간 안에 실제로 스와핑하여 설치하는 구현 섹션으로 나뉜다. 화장실, 배설, 그리고 여자 근대권력과 수세식 화장실 보급의 역사: 일제시대 조선 총독부, 호텔,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백화점은 현대적으로 개량된 생활양식을 소비자본화하는 주요 공간으로 일반인들이 단순한 쇼핑이 아닌 근대를 경험하게 하는 공간이었고, 따라서 수세식 화장실의 보급에도 선봉의 역할을 했다. 해방 이후 미군정의 주둔을 본격적인 시작으로 70년대 경제성장 및 1977년 수세식화장실 설치를 조건으로 한 유흥업소허가법과 더불어 대대적으로 진행된 청결 캠페인을 통해 서구의 수세식 화장실 문화가 적극 수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보건위생과 훈육은 여성의 가사노동을 합리화하는 관념으로 활용되었고 현모의 필수항목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권력의 변방이었던 여성의 지위는 이처럼 근대 권력의 확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수세식 화장실의 보급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최근까지 국회에 여성 화장실이 없었던 사실이나, 여성용 공중 화장실이 남성의 것이 설치된 시점에서 반세기 이후에나 보급되기 시작한 파리의 화장실 역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청결캠페인 포스터와 재건복 패션쇼> <Cui Xiu-Wen의 비디오 “Lady’s Room”: 상하이의 경제적 급성장, 자본 계급화로 인한 여성의 상품화, 자본화를 나이트 클럽 여자 화장실의 풍경을 통해 이야기한다> 화장실귀신이야기: “여자는 죽어서도 배설의 대상”: 민속 신앙에서 부정과 재앙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뒷간에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칙신, 측신 혹은 칙귀는 대부분 원한이 서린 여자귀신들이다. 성적 욕망을 배설의 욕망의 일부로 보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어두운 화장실 귀퉁이에 조아리고 앉아 오물을 뒤집어 쓰며 한을 되새김질하는 여귀들의 이야기는, 결국 죽어서까지도 배설의 대상으로 남아야만 하는 여성의 위치를 상징화한다. 비록 여신으로 추대되기는 하지만 음탕한 욕정에 관계하며 불순한 것을 사하여주는 서구의 배설물의 신들도 사회적 배설의 대상으로 위치되기는 마찬가지다. 시바 신의 열렬한 추종자들은 광분상태에서 이마와 가슴과 어깨 등에 쇠똥을 문지른다고 하며, 아시리아에서는 비너스 신의 제단에 점잖은 봉헌물로 똥을 바쳤다고 한다, 멕시코인들 역시 이와 유사한 성격의 여신을 섬겼는데, 수치케칼이라고 하는 그 여신은 다름 아닌 인류의 어머니로서 고행자의 자세로 앉은 채 똥을 먹고 잇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힘든 자세로 똥을 먹는 것으로 표현된 수치케갈 외에도 익스쿠이나 틀라졸테오틀은 오물을 주관하면서 그것을 먹기도 하는 여신인데, 주로 음탕한 욕정과 쾌락에 관여한다. 틀라졸테코틀리라고 하는 여신은 육체적 사랑을 주관하는데, 이 여신의 또 다른 이름인 틀라코쿠아니는 글자 그대로 “오물을 먹는 자” 라는 뜻으로, 불순하고 불륜스러운 죄악을 저지른 남녀의 고백을 귀담아 들어주고 그 죄를 사하여주는 역할을 암시하는 이름이다. * 나태주 시인의 별곡집別曲集 – 11 정낭각시 얼래야 꼴래야 보름달 떴다 버선발로 나와라 니 젖무덤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피를 흘려라 피를 흘려라. 화장실 픽토그램: 상징적 구분 짓기는 언제나 소음을 동반한다. 화장실 픽토그램을 통해 보여지는 정형적인 성 구분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적 픽토그램의 사례들과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생산되는 다양한 화장실 표시 디자인을 실시간 전시한다. 이를 통해 사회제도적인 성별화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성 정체성 논의 및 다양한 잣대의 상징적 구분이 가능함을 꿈꾸어 본다. 십대괴담: 화장실이 가진 은밀함 때문에 “영원한 아지트”로 자리잡은 학교 화장실 풍경은 다양한 청소년 담론들이 오고 간다. 누드사건으로 유명한 김인규 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충남 에니메이션 고등학교의 아이들과 실제로 진행한 화장실 가꾸기 프로젝트 “화장실에서 놀자” 사례를 중심으로 전시한다. <화장실 가꾸기 프로젝트 “화장실에서 놀자”> 화장실 스와핑 스와핑 가이드: 화장실은 본래 은밀한 곳이다. 가장 사적인 볼 일이 이루어지는 이 공적인 공간에서 어느새 사회규범적 “금지”의 틀은 심리적으로 느슨해 진다. 아이들은 담배를 피우고 옷을 갈아 입으며 어른을 꿈꾸고, 점잖은 아저씨는 유치한 낙서를 하며 사회적으로 강요된 근엄함으로 짓눌린 개인적 회포를 푼다. 마음에서 “금지”란 단어를 지우고 나면 은밀한 배설의 욕망은 더더욱 증폭되고, 성별화된 배설의 방식 속에서 교환의 꺼리들은 풍부해진다. “화장실 스와핑”은 공간의 성별화가 나은 배설의 성별화에서 비롯된 남/녀 각각의 화장실 공간이 가지게 되는 물리적/관념적 차이들을 채집하고 실제 화장실 공간에 거꾸로 뒤바꿔줌으로써 발생하는 낯설음을 통해 성 담론을 유도한다. 모든 스와핑의 공식이 그렇듯 화장실 스와핑의 경험도 낯설은 것들에 대한 1. 염탐에서 시작하여 2. 맞딱드리고 결과적으로 3. 생산적인 타협의 지점을 이끌어낸다. 교환의 대상은 일상, 시선, 욕망, 그리고 근심이다. “일상”의 교환: 서울 시내 곳곳의 남/녀 화장실-술집, 공공건물, 학교 등-의 일상적 대화와 사운드를 녹취하여 유의미한 부분들을 추출, 편집했다. 이와 병행하여 여성담론, 문화담론, 화장실공간 담론과 관련한 패널을 초청하여 비공개적이고 사적인 모임에 가까운 화장실 토크를 진행, 녹취된 사운드에 화장실 토크 패널의 주요 발언들을 결합한 최종 사운드를 실제 화장실에 설치한다. 화장실 토크에는 사진작가 조정화, 충남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교사 김인규 교사,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 활동가 천기원, 한국화장실협회 연구실장 김연식이 참여했고 총괄 큐레이터 최영숙이 진행을 맞았다. “시선”의 교환: 뉴질랜드 퀸즈타운에 위치한 특급 호텔 소피텔의 남성용 화장실이 논란을 낳은 적이 있다. 이유는 호텔 2충에 위치한 남성용 화장실 소변기 위에 실물 크기의 여성 사진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사진 속에는 볼일을 봐야 하는 남성을 여성들이 주시하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모델은 남성을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어떤 모델들은 카메라, 쌍안경을 들고 볼일을 보는 남성을 관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진 때문에 호텔을 이용하는 일부 남성 고객들은 너무 불쾌하다면서 사진을 즉각 철거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호텔 관계자는 문제의 소변기가 남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유머러스한 서비스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해프닝을 낳았다. (뉴질랜드 TVNZ) 소피텔의 사례는 남성관음주의 역공의 실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관음의 대상과 방식이 바뀔 때 그 결과는 자체로서 담론화 된다. 이건 단순히 남녀의 대립항만이 가지는 문제는 아니다. 가령, 젊은 여성에 대한 관음은 그 대상이 지닌 상품가치와 만만함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어머니뻘 되는 여성, 다시 말해 상품가치는 사라지고 사회적 위계로서만 구분되는 여성대상에 대한 관음은 용서받지 못할 폐륜으로만 해석된다. 시선의 교환은 ‘색다른’ 관음이 가져올 수 있는 특별한 관찰을 포착한다. 소피텔의 사례를 작가 김화용이 재해석, 구현하고 그와 대치되는 장치를 여성 화장실에도 마련한다. “욕망”의 교환: 배설의 욕망이 성적 욕망으로 가장 적나라하게 연결된 것이 화장실 낙서다. 화장실 낙서는욕망과 표현의 수위에 따라 하트 모양에 귀엽게 이름을 새긴 공개된 로맨스로부터 포르노그라피에 가까운 성 행위 표현까지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여성의 낙서와 남성의 낙서는 쉽게 구분되며, 이는 욕망의 배설 방식 또한 성별화 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주요한 현장 자료들이다. 2년간 화장실 낙서를 채집해 온 사진작가 조정화의 작품들을 통해 욕망이 표현되는 방식들을 교환해 본다. 조형작가 이서경은 행위적 전복을 통한 욕망의 교환을 시도한다. 실물 사이즈에 가까운 ‘서서 오줌 누는 여자’와 ‘앉아서 화장하는 남자’ 조형물은 정형화된 성별화로 뚜렷이 구분되고 제약되는 남녀의 행동양식에 대한 반역을 통해 진정한 욕망의 실천은 무경계성에서 시작함을 보여준다. 윤해영의 인터렉티브 설치 ‘맨투맨’은 남성 성기를 둘러싼 남성의 묘한 경쟁심리, 여성의 불가항력적인 공포심리를 대상화한다. 설치된 버튼을 열심히 눌러 먼저 발기단계에 다다르면 이기게 되어 있는 게임의 구성방식은 우상화되고 권력화된 남성의 것을 맞대결하여 유희적인 위치로 끌어내린다. <(左)조정화의 사진설치 “화장실 춘화” 중> <(右)윤해영의 인터렉티브 설치 “맨투맨” > “근심”의 교환: 화장실의 또 다른 이름이 “해우소”는 근심을 풀어낸다는 의미를 갖는다.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온전히 자신의 몸과 마음에만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의 장소인 화장실은 근심이 증폭되고 때로는 해결책을 찾아내기도 하는 공간이 된다. 스와핑의 마지막 단계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가질 법한 근심거리를 채집하고 이를 성별화와 계급화라는 필터를 거쳐 남/여 각각의 화장실에 스와핑 한다. 근심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들여다 보기’ 즉 거리 좁히기의 과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조형작가 배성미는 만화경 같은 돋보기 렌즈 안에 근심의 텍스트들을 놓음으로써 얼굴을 처박고 한동안 그 갑갑한 안에서 시선을 열심히 할애해야만 모두를 볼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했다. |
큐레이터: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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