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고민은 하나 마나 하는 것이다.
일반과 뭔가 될 것 같았는데, 결국 안 됐다는 태곳적 진리.
내 게이 친구들은 다들 내게 엄한 기대 하지 말라고 타일렀는데 혹시나 했다.
물론 역시나였지만!
남자들끼리 일주일에 세 네 차례 이상 만나서
술 마시고 밥 먹고 영화하고 전화하고 끊임없이 문자 보내는 게 아주 흔하지만은 않다.
그렇게 100일 넘게 보냈다면 누구나 약간 바라지 않겠는가.
게다가 만나볼수록 그는 겉모습과 달리 여성스러운 면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표준화된 일반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달 간 애인처럼 붙어 있었으니
프러포즈만 없었을 뿐 연인관계나 진배없다고 여겼다.
그 지점에서 안분지족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런데 오늘 녀석이 오래도록 짝사랑했던 여자와 동해로 여행 간다고 알렸다.
아주 천연덕스럽게 설레서.
여자 측에서 여행을 승낙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승산이 있다는 말과 함께.
정말 화낼 일도 아니고 그 친구 삶인데 마구 속이 상했다.
멀쩡한 사랑이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아무런 말 못 하고 입 다무는 것.
하긴 언젠가는 닥칠 일이었다.
이래서 일반과의 사랑에 결국 게이만 아픈가.
물론 그가 설령 그 여자분과 본격적으로 연인관계에 접어든다고 해도
크게 변화할 게 없다는 친구의 말이 맞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 보고 있는 게 편하겠나.
왜 자꾸 극단적으로 그 친구에게 앞으로
연락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오늘 잠이 잘 안 올 것 같다.
내일 아침 출근 걱정.
사랑의 감정을 정리하는 것은 상대가 일반이든 이반이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저 사랑을 우정으로 바꿔 나갈수 밖에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