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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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커버스토리 "친구사이 NEXT" #1]
Future of Friends :
물방울이 바다가 될 때까지

다시, 친구사이. 다시, 도약. 지난 한해 계엄과 재정위기라는 내외생 변수를 동시에 겪으며 친구사이는 단체의 실존과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했습니다. 어떡하면 우리는 후원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의 인권현실에 ‘친구사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존 사업을 브랜딩하는 고민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은 어떠해야하는지 끝없이 고민했습니다. 그간의 활동으론 우리가 원하는 것을 구현하기에 부족했으니 무언가 달라도 크게 달라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그 실마리 하나를 찾은듯 합니다.
우리는 변화와 개선을 요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의 제도를 스스로 만드는 사람들이 되고자 결심하였습니다.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프로젝트 'RUN/OUT' 입니다. 이런 아이디어가 신선해서 일까요. 우리의 문화적 기반이 되는 커뮤니티 사업 '금토일은 친구사이', 외로움으로 부터 우리의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사업 '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 에 대한 소개 시간이 동일했음에도 참석자들의 질문은 RUN/OUT의 구현과 미래상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자리였기에 기대와 궁금증 또한 집중 되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단체의 정체성 확장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올해 단체 영문명에서 시스젠더적인 표현인 "Men’s"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를 부르는 호칭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둘레를 그리는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그 구상과 모습이 점차 구체화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과정을 총회와 같이 형식이 앞서는 자리에서 나아가 함께 음식과 음료를 나누며 친구사이 주변에 계시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니 우리의 연결됨과 생각의 공유가 더 활발히 이루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모에는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을 비롯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성인 및 행성인 내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게이법조회, 한국외대 성소수자 인권모임 외행성, 성소수자부모모임, 스카이콕, 정치싱크탱크 VALID, 강동성심병원 젠더클리닉까지 많은 외부 단위에서 함깨해 주셨습니다. 또 친구사이의 자랑 지보이스 합창단과 서울 퀴어씬 최고의 왁킹댄서 해준님께서 멋진 퍼포먼스로 함께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친구사이의 확장과 미래에 대한 커뮤니티의 아낌없는 응원의 반증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자리가 있기까지, 단체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끝없이 고민해준 기용, 민영 활동가와 종걸 국장님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고 구체화하신 재경 센터장님, 재훈 RUN/OUT 팀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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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제34대 대표 한윤하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은 몸도 마음도 분주합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열리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2부 행사를 준비하는 지보이스 단원들은 벌써 모여서 화음을 고르고 있습니다. 지보이스의 합창은 약간 쓸쓸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마음 좋은 사람들이 모여 소리를 모으니 그런가 봅니다. 상근자들은 분주히 옥상 무대를 꾸미느라 열심입니다. 등받이 의자를 놓을지, 모이는 사람들 규모를 생각해서 간이 의자를 배치할지, 책상을 몇 개 올리지를 두고 사소하지만, 중요한 고민을 하고 곧바로 실행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거대한 주제를 고민할 때보다 이런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 그/녀들의 얼굴은 편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표정이 부드럽습니다. 회원지원팀 보성 회원님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등록대 간이 책상이 부실하다며 투덜댑니다. 불만이나 불평을 그냥 참기보다 어떤 식으로든 말하는 모습이 익숙하고 정겹습니다. 저는 3층 사무실에서 옥상으로 올린 전선 줄에 발이 걸리면 안 된다며, 기즈베(사무국장)님에게 잔소리를 합니다. “전선 줄 청 테이프로 손 좀 봐야겠어.” 이런 참견도 올해까지라고 생각하니, “팔짱을 끼고 눈을 부랴리면서 더 얄밉게 할 걸”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32년간 우리 단체의 활동을 정리하고 규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정리 해 보고자 백서도 펴내고, 소그룹별로 논의하고, 다 함께 모여 모둠 토론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 본 적도 있지만, 쉽지 않았고 아쉬웠습니다. 같은 단어를 서로 말한다고 해도, 우리 각자의 경험과 해석은 다르기에 그 의미가 일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교태전 한쪽 벽면에 걸린 결의문을 보면, 그때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어려운 작업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직 재정 상황이 열악해서였든 어떤 이유였든 32년간 우리 단체의 역사를 정리하고 규정했다는 점이 제게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작년에 윤하님(대표), 기즈베님(사무국장), 기용님(상근활동가), 민영님(상근활동가) 그리고 운영위원회가 얼마나 논의하고 숙고했을까 싶어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특히 게이 남성이 아니라 게이로 영문명을 변경하고 “게이의 의미를 확장하고 더 포용적인 조직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는 지난 정기총회의 결정이자 포부를 밝힐 때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적어도 “퀴어란 무엇인가?, 퀴어란 어떤 존재인가?” 와 같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같이 나눌 동료를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직의 미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생겨서 아쉽게도 2부 행사를 보지 못했습니다. 분명 지보이스와 댄서 해준님의 공연에 많은 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을 거 같습니다. 부리나케 계단을 내려와서 가방을 챙기려는데, 회원지원팀장님이 진득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른 팀원들은 행사장에 가게 하고 혼자서 심심할 텐데, 싫은 내색 없는 모습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1부 행사 소제목이 ‘물방울에서 바다로’ 였는데, 만약 물방울이 시작된 옹달샘이 있다면, 그 옹달샘이 지금 회원지원팀장님 같은 모습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더불어 정기 모임 후 뒤풀이 테이블에 늘 함께 앉는 철민형, 차돌바우형, 진석형, 정한형, 길 님, 찬영 님 우리 오래오래 보아요. 옹달샘 옆에 치킨이랑 맥주, 제가 좋아하는 막걸리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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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
센터장 박재경

지난 3월 정기모임 Future of Friends - "친구사이 Next"에 와주신, 그리고 멀리서나마 관심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 자리는 단순히 단체의 사업을 나열하는 시간이 아니라, 친구사이가 앞으로 어떤 목표와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 커뮤니티와 동기화하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이런 대화의 장을 종종 마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피어나는 작고 구체적인 용기, 기여, 헌신을 사회적 수준의 인권 증진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우리는 이 지난한 과정을 '물방울 모델'이라는 시나리오로 설명하고 있다. 성소수자를 외면하는 혐오의 정치를 근본적으로 뒤집기 위해 정치 생태계를 개척하는 물방울의 뾰족한 첨단 <RUN/OUT>. 커뮤니티의 연결과 회복을 보듬는 단단한 받침대 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 그리고 이 모든 나아감과 회복의 실질적인 몸체가 되어주는 일상적 커뮤니티 사업 <금토일은 친구사이>까지. 이 거대한 물방울의 궤적을 이제 여러분과 함께 그려나가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친구사이 자체로 꽤 덩치가 커 보이는 물방울로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수많은 다른 물방울들이 모여들어야만 거대한 바다가 될 수 있다. 인권운동은 소수의 훈련된 전문가들만이 전담하는 고고한 영역이 결코 아니다. 구체적인 관계 맺기와 조직화 없이 대의명분만 번지르르하게 세우는 일은 공허하다. 때때로 인권운동이 무결점의 완벽주의나 엄숙한 도덕주의적 시도로만 오독되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결국 이 운동에서 가장 강력한 동력은 각자의 팍팍한 삶으로부터 길어 올린 '작은 용기'와 그 마음들이 한데 모이는 '연결'에 있다. 물방울이 그리는 이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느껴지신다면, 부디 친구사이와 기꺼이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
새롭게 출범한 <RUN/OUT> 프로젝트에 대해 현장에서도 낯섦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런아웃이 구축하고자 하는 정치 생태계 역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최소한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협력자로 남겠다는 용기와 결심을 동력으로 삼는다. 직업 정치인들의 문법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는 이질적이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그 낯선 장에 뛰어든 당사자들이 안전하게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선거 공학적 이해관계 속에서 의도가 오염되고 상처받거나 실수하더라도, 기꺼이 다시 회복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단단한 관계망이 필수적이다. 커밍아웃이 정치적 약점이 되지 않게, 한 번의 엇나감이 극단적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게, 우리가 먼저 서로 대화하고 가치를 나누는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이 모든 여정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거대한 물방울의 몸통인 <금토일은 친구사이>가 지니는 중요성이다. 거창한 사회적 변화나 정치적 대표성이라는 첨단의 목표도, 고립된 이들을 보듬는 회복의 안전망도 결국 그 근간에는 건강하고 활기찬 커뮤니티가 존재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상의 문화와 교류가 빈약하고 파편화된 공동체에서는 혐오에 맞설 단단한 정치적 주체가 탄생할 수 없으며, 우리가 마음을 내어 다가가고 돌볼 대상조차 희미해지고 만다. 그렇기에 당장 내 곁의 동료들과 책을 읽고, 합창을 하고, 희곡을 낭독하며, 누구나 직접 기획자가 되어 재미있는 모임을 만들어가는 주말의 시간들은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인권 운동이다. 성소수자의 일상, 삶, 열정, 마음이 커뮤니티 안에서 건강하게 순환하고 발산될 때, 비로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세상을 바꿀 정치적 힘을 얻게 된다.
이 일상의 교류를 가꾸고 일구는 일은 결코 친구사이 사무국 홀로 짊어질 수 있는 몫이 아니다. 기계적으로 사업을 굴리는 단체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여하고 협력해야만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의 다채로운 순간들을 엮어가며, 이 거대한 물방울들이 모여 혐오를 덮어버릴 넓은 바다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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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심기용

정말 ‘어쩌다 보니’ 직업이 인권활동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2월, 공학 박사를 졸업하고 갑작스럽게 친구사이로 출근한 이후 두 달 동안은, 제가 정말 이곳으로 출근하고 있는 게 맞는지 실감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2017년 소식지팀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난 8년 동안, 저는 친구사이에서 꽤나 ‘은둔’으로 지내왔습니다.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도 당시 대표였던 낙타형, 이종걸 국장님, 그리고 스쳐 지나간 소식지팀원들이 거의 전부였죠. 때문일까요? 작년 10월 즈음 RUN/OUT 파일럿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되던 와중에, 기용이가 저에게 진지하게 묻더라구요. “재훈, 너에게 친구사이는 뭐야? 성소수자 공동체는 뭐야?” 생각보다 훅 들어온 질문이라 잠깐 당황했지만, 답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음, 나에게 친구사이는… 그리고 성소수자 공동체는 교회 같은 곳이야.”
커밍아웃 이후 세상에서 살아가며 크고 작은 상처를 입더라도, 이곳에 와서 각자의 삶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아픔은 옅어지고, 결국 웃음으로 회의가 마무리되는 곳. 저에게 소식지팀은 그리고 친구사이는 그런 회복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3월 정기모임 ‘친구사이 NEXT’는 RUN/OUT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친구사이의 언니, 오빠, 형, 동생들께 개인적으로 인사를 드리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유난히 날씨도 좋았습니다. 급하게 초청을 드렸음에도 흔쾌히 함께해주신 지보이스 단원분들, 그리고 댄서 해준님의 퍼포먼스까지 앞으로 친구사이가 그려갈 내일을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멋지다는 사실이 참 든든했고, 최근의 근심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RUN/OUT의 시작이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친구사이 교태전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RUN/OUT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찾아와 주세요. 참고로 성격이 INFP라, 일단 친해지면 별말을 다 할 수 있으니… 그 점은 미리 주의하시고요.
3월 정기모임, ‘개인의 회복과 공동체의 문화가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나아갈 수 있다’는 친구사이의 NEXT 메시지를 들으며, 문득 교태전 사무실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이종걸 국장님과 사무국의 기용, 민영 활동가님, 그리고 RUN/OUT의 기진, 태민 활동가님이 함께 앉아 있는 곳.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친구사이의 가치와 비전, '2016 친구사이 활동에 관한 결의안', 그리고 벽면을 채운 무지개 인쇄물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한편 제 자리 뒤편에는 <위캔즈>와 <종로의 기적> 영화 포스터부터 수많은 트로피들,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32년의 시간을 품은 친구사이의 기록물들이 있습니다. 이 소식들이 어디까지 닿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우리는 지금 그 32년의 친구사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Future of Friends, 우리의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친구사이를 만들고 지켜주신 선배, 언니, 형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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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긍심의 절정 | 인권은 나로부터,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자랑합니다. 대안의 공동체 |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보금자리를 꿈꾸며 손잡고 연대합니다. 가슴 벅찬 변화 | 차별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벅차게 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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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출마하자, 다함께 나아가자" RUN/OUT
프로젝트 총괄 정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