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힘 모아주신 커뮤니티 구성원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4월 4일, 시민들에게 총과 칼을 들이댄 내란수괴 윤석열이 대통령 직에서 파면되었습니다. 내란 발생 이후 4개월을 시민들이 저항하고 강하게 여론을 이끌어온 결과입니다. 그 저항의 물결에는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당당히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의지를 가시적으로 드러내주시는데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잠시나마 서로 축하했으면 합니다.
나의 정치적인 생각을 쉽사리 공유할 수 없을 정도로 양극화된 정치 지형은 당연히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도 존재합니다. 사회의 공공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음모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수나 우파로 자칭하며 마치 존중받아야 할 의견을 표시하는 집단처럼 가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커뮤니티 구성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싸움을 붙이고, 우리가 공동의 지켜야 할 선을 상대화하며 인간 존엄성, 민주주의, 사회 공공성을 짓밟고 파괴하는 일은 명분 없는 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친구사이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게이 커뮤니티의 극우화가 진행되거나, 혹은 성소수자혐오에 대한 커뮤니티의 두려움이 우리의 마음을 위축시킬 것을 크게 경계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 집단, 좁게는 게이 커뮤니티에서 극우화의 조짐을 보여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확인한 것은 한국 게이/퀴어 커뮤니티 안의 존재하는 평등에 대한 너른 감각과, 차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맞설 수 있는 많은 사람의 용기였습니다.
우리는 ‘남성’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들이 다 보수적이라는, 혹은 모두가 같은 위치에서 윤석열을 지지했다는 손쉬운 인상평가를 믿지 않습니다. 쉽사리 정치적 고민을 공유하기 어려운 양극화된 정치 환경 속에서도 함께 문제제기했던 게이/퀴어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기억하고,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지난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게이/퀴어 커뮤니티가 쌓아온 공존과 돌봄의 경험들이 연쇄하여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존재와의 함께하는 삶을 공동으로 지향하고, 함께 살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계속 발전시키고, 우리의 원칙을 더 단단하게 만듭시다. 극우의 논리를 반복하거나 내란과 국가폭력을 옹호하는 주장에 더 이상 게이/퀴어 커뮤니티의 공간을 허용하지 맙시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친구사이도 또 다른 변화를 쟁취하는 길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2025년 4월 7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2024년 12월 26일, <윤석열 퇴진을 위한 게이 커뮤니티 공동의 요구 기자회견> 정보.
https://chingusai.net/xe/index.php?mid=notice&page=2&document_srl=64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