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을 연출한 피터 잭슨은 이미 영화광들에 의해 신격화된 인물입니다. 뉴질랜드가 낳은 천재적인 이 감독을 어찌 사랑해마지 않을 수 있을까요?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전에 6개의 작품을 연출했는데,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된 '프라이트너(The Frighteners,1996년)를 비롯한 나머지 두 작품은 그리 완성도가 뛰어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신 오늘은 피터 잭슨을 일약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로 올린 세 개의 작품을 소개합죠. 호러 매니아들의 아이콘 격인 '고무인간의 최후'와 '데드 얼라이브'는 이미 다 들어보셨을 겁니다. '고무인간의 최후'는 왕창 짤린 채 비디오로 출시된 적이 있는데, 아마 지금 청계천을 다 뒤져도 없을 것입니다. 대신 바로 얼마 전에 정상적으로 dvd로 출시되었고, '데드 얼라이브'는 97년인가 비디오로 출시되었는데 10여 분이 싹뚝 편집되었답니다.
흠 안타깝게도 '천상의 피조물'은 비디오로 출시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두 정상적으로 보시려면 dvd를 구입하시는 게 좋을 듯해요.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부천에서 피터 잭슨 특별전을 열었는데, 아마도 이후엔 열리기 힘들 것 같네요.
천상의 피조물(Heavenly Creatures, 1994)
케이트 윈슬렛은 영국이나 다른 영화에서 빛을 발합니다. 헐리우드 영화만 찍었다 하면 '타이타닉'처럼 뚱뚱보 백치녀로 나오는 기현상이 일어나더군요. 제인 캠피온의 '홀리 스모크'나 괜찮은 영국 영화 '아이리스'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케이트 윈슬렛의 어린 모습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웹진 '퀴어 비디오 가게'에 소개하겠지만 이 영화는 대단히 매력적인 퀴어 영화입니다. 1952년에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실화를 토대로, 근친존속살해를 감행한 두 여자 아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기이하게 그린 대단히 뛰어난 작품입니다.
데드 얼라이브 (Braindead / Dead Alive, 1992)
스플래터(splatter) 호러의 대명사이자, 피터 잭슨에게 스플래터 호러의 제왕이라는 별칭을 붙게 만든 영화입니다.
잔인하게 내장이 튀고 살점이 뜯겨 나가는 무시무시한 호러 영화지만, 군데군데 웃겨서 배꼽을 쥐게 만드는 '데드 얼라이브'. 이 영화를 보지 않고 스플래터를 논하는 건 호러영화에 대한 모독일 겁니다.
대니 보일의 '28일 후'의 모티브는 곧 이 영화에서 따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푸른 원숭이로부터 감염된 어떤 바이러스에 관한 모티브.
잔디깎이로 춤을 추며 좀비들의 육체를 조각조각 분해시키는 마지막 즈음의 장면이야말로 호러 영화의 백미일 것입니다. 웃자니 징그럽고, 안 웃자니 너무 웃기는, 요란법석의 감정 충동.
고무 인간의 최후 (Bad Taste, 1987)
사촌 고모가 빌려가서 결국 잃어버린 비디오 테잎... ㅠㅠ
한때 이 영화는 90년대 한국 영화광의 필수 코너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정성일 씨 영향이 컸죠. 그는 이 지랄 옆차기인 b급 영화의 청바지 입은 외계인 좀비들을 '노동자들에 대한 우화'라고 주장했었습니다.
지금이야 그렇게 도식화된 분석을 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이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군요. ^^), b급 영화의 장점을 고스란히 진국처럼 간직하고 있는 이 고무인간의 최후, 가난한 저 같은 b급 영화 연출가에겐 늘 무한한 자극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 영화 dvd로 잘리지 않고 이번에 출시되었다고 하는데... 구미가 조금 당기는군요. ^^ 다시 보면 더욱 행복해질 것 같아요. 망치를 들고 몰려다니는 엉성한 외계인 좀비들을 보며 애인을 살짝살짝 두들겨 패도 좋을 것 같고요. ㅋ (그럼, dvd와 애인이 둘 다 필요하겠군 -.-)
제가 개인적으로 꼭 만들고 싶은 b급 호러 영화가 있는데, 호모 좀비들의 엽기 판타지한 사랑 영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