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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만에 연락이 되어 친구를 만났었다.

요즈음 백수상태이어서 네가 사라며 이미 말해 놓았기 때문에, 주머니 가볍게 만났다.

친구의 눈가에 주름이 늘었다.

잠깐 무엇을 말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에, 그 친구는 내 건강이 이상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잘 먹고 잘 놀고 있다는 말이 그에게 위안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 사이에서 오가는 구인광고를 내게 보여준다.

그리고 요즈음 시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말이다.

2년 가까이 백수상태로 있다보니, 친구의 제안이 한편으로 반갑고 고마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음이 선뜻 가지 않아서, 주저리 주저리 확인되지도 않는 추측들을 말하며,

그래서 안 돼 라고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직장 상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나보다.

그냥 일만해도 되는 위치가 아니라, 크고 작은 실무며 기획들을 논의하는 직함을 가지다보니, 더 불편해 진 것 같았다.

부당함을 말할 때 그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그리 크지 않았다.

어째서 본인의 행동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는지를 친구는 알아차리지 못했고, 나는 그런 친구가 대충 안쓰러웠다.

 

" 누군가의 부당함을 공격할 때, 그것이 너에게 정의라고 할지라도, 한편으로 그들의 삶을 존중하지 않은 채

   비판만 한다면,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 것 같아"

 

" 그들 역시도 현재 비록 꼰대라고 부를만하지만,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보면, 새끼들하고 먹고 살라고 여기까지 온

것일 텐데,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냥 열심히 살았을 뿐일텐데, 그런 세월을 겪고나니, 부당하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 네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잘 하니까, 걱정은 않하지만, 충분히 더 신중하게 말을 해야 할 것 같네"

 

분명히 친구는 나의 충고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예전처럼 나의 말들의 의미를 더 깊이 질문하지 않았다.

그에게 무슨 일이 그 사이 생겼던 것일까?

 

그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는 밖에서보면 참 힘겹게 보인다.

분노를 삭히고, 타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려하니, 제 가슴이 그리 답답하다는 것을  정확하게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친구 역시 나의 말고 행동을 통해서 내 삶의 무게를 보는 것 같다. 자꾸만 다른 것들을 향해 있는

내가, 보통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어서, 친구는 생경하고 낯설다고 느끼는 것 같다.

사실 종종 본인이 비난 받는 기분을 느낄 때도 있는 거 같다.

 

한 사람과 만나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숙제이다.

고요히 한 자리에 머물며 나를 온전히 느껴야 하는데, 금방 분위기에 휩쓸리고 상황탓이라며, 나는 늘 변명을 하곤한다.

독립된 개인으로서 존재하기보다, 나는 늘 구구절절하게 무엇인가에 의존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수 많은 변명들이 존재하며, 종종 스스로에게 가하는 통증에 대해서, 너무나 억압이 세기도 하다.

 

" 이것은 아픈 게 아니야" 라고 말이다.

 

어제는 모처럼 만에 자기 전에 눈을 감고, 가만히 호흡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음은 여전히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있다. 오히려 크게 토라지고 실망해서,  침묵으로 일관한다.

 

" 스스로에게 연신 미안하다. 미안하다" 라고 위로를 건넨다.

 

고요한 자리에 온전한 나로서, 기도의 순간에 축복을 건네야 할 사람이 생겼다.

아침에 급하게 주고 받은 메시지들과 통화를 통해서, 아득한 거리의 그이에게  내 메시지를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너머서 연결되어 있나 보다.

 

우리는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수 많은 찰나들을 경험한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제 기준으로 그 찰나들을 해석을 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거기에 사람들 사이에 감정들이 결합하면 더 강력해지고, 제가 해석하는 모든 것들이 진실이고 깨달음이 된다.

 

" 내 대신 존재의 고통을 짊어지는 이에게, 충고보다 기도가 필요한 시간이다."

어느 영화 대사인데 이 말이 자꾸 생각이 난다.

" 내가 당신에게 드린 것은 겨우 이것이지만, 이것은 내가 가진 전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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