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니까 축제에 대한 느낌이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첨이자 끝이었는데 말이다.
올 해는 퀴퍼기획단에 여러 회원들이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일에 부담없이 축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강하게 햇빛이 쏟아지는 광장에서, 본 무대를 열심히 준비했을 사람들이 분주하게 무대를 진행한다.
여기 저기 찾아 봐야 할 부스의 얼굴들이 있기에, 부스는 전체적으로 두 번 정도를 돌았다.
더위와 인파로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지만 이 순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말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기에, 가벼운 손 흔듦만으로도, 반갑고 고마웠다.
특히나 올 해 부스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 모임에서 많이 참여를 하였다.
예전보다 커피나, 맥주, 과자 등 먹거리를 파는 부스가 굉장히 줄었다.
어째서일까 ? 생각해 보니, 비판에 민감하고 꼬투리 잡힐 일을 안하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이 떠올았다.
무대 앞 잔뒤에 앉아서 공연들을 감상하다가, 한 발자욱 앞자리에 앉은 애떼어 보이는 젊은 청년에게
눈길이 갔다. 그러고보니 올 해 축제는 이름을 모르지만 얼굴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예년에 비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날씨가 너무 더워서 나오기 힘들었거야" " 우리 나이대는 생계가 바쁘니까"
어디선가 그/녀들이 다들 잘 살고 건강하기를 기원해 본다. 더불어 이 자리에 참여한다는 것이
쉬울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젊은 청년에게 축제는 어떤 의미이었을까?
궁금해 지기도 하였다.
며칠 전 예전에 친구사이 활동을 하던 친구가 간만에 연락이 와서 축제에 오기로 했는데,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만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어제 그 후배와 통화를 하였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 댁에서 요양을 하고 있나 보다. 자신의 삶에서 깊이 자리잡고 있던 분노를 마주하면서,
그러한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의 근원이 되었던 생각들을 살펴보며, 자기돌보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였다.
" 참 큰 일을 하고 있다"며 격려를 해 주었다.
사실 돈 버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작업인 것 같다.
왜 열심히 일을 해야 되는지, 무엇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그렇게 살아야 해라고
단정한 것은 세상이 아니고, 사실은 오롯이 내가 그렇게 전제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축제는 축제고 8월에 해야할 일, 당장 담주에 해야 할 일 때문에, 사무실에 나왔다. 나타샤량 대충 사무실에 널부러진
축제 후 남겨진 물건들을 정리를 했다. 쓰레기 통을 두 번을 비워야 했고, 재활용 봉투는 몇 개째 가득 채워진다.
냉장고에 오래 발효된 음료수며, 냉동고에 있는 음식물 봉투도 정리를 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사물실에 늦게 있다가
저 봉투들을 내려 놓고 가야할 것 같다. 나타샤가 혼자서 저거 치우다 열받으면 안되니까 ㅎㅎㅎ.
지금 냉장고에는 홍삼 농축액이랑 구운 계란, 그리고 누군가가 사왔을 과자류를 꽉꽉 채워놓았다.
어려워들 마시고 냉장고에 있는 맛있는 먹거리들을 마시기를 바래요.
친구사이 회원으로 본격적으로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항상 2-3개월을 앞서서 산다.
일이 끝나면 그 순간에 머물면서, " 수고했다" 이런 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왜냐면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또
있으니까 말이다.
나에게 축제는 이름을 혹은 닉네임을 알지 못한 채 얼굴을 본 듯한 이들을 만나는 자리인 것 같다.
그리고 오랜만에 연락이 뜸한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친구사이를 두고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운 지점들도 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어떻게 즐길 것인지에 대해서, 더 이상 고민을 하고 있지를 못하는 것 같아서이다. 가령 퍼레이드를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비성소수자들을 조직해서 같이 행진해보자라는 고민이라든가, 라인댄스 동작을 선보이며 참여자들도
이 즐거움에 동참하도록 노력했던 예전의 모습들이, 비록 세련되지는 못할망정 아쉽게 사라진 기획들이기도 하다.
축제가 나를 드러내는 참여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는 '너'를 고민하면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인것 같다.
그렇다고 이번에 축제를 준비한 기획팀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그/녀들은 최선을 다해서 축제를 준비하고,
당일 날 맡은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 온 게 사실이니까.
다만 조직차원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철학적으로 무엇을 향한 지향인지를 이제는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고, 그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무엇이' 정말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을 해야 할 때 인 것 같다.
오랜만에 통화한 후배가 늘 건강하고 삶에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도하며, 후기를 마침 ㅎㅎㅎ
ㅎㅎ 후기 감사하고 좋네요~~ 모두들 정말 넘넘 고생하셨습니다~!!
오오 냉장고에 먹을 게 많군요! ㅋㅋ
그나저나 치우는 일이 보통 아니었을 텐데, 하필 폭염경보가 내린 날 ㅜㅜ 치우는 일이야말로 정말 제일 고생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