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에 팽목항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소감을 적어야지 했는데, 구정을 핑계로 게으름이 찾아왔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팽목항은 저의 고향 가는 길목의 조그만 항구입니다.
날씨가 맑다면 30~40분 거리의 섬의 항구를 먼발치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 날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내가 왜 이곳에 서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고향을 가본 기억이 성인이 된 이후로는 가물가물 합니다.
늘 그립고 가고 싶던 마음이 어릴 때는 한가득 이었는데, 살다보니 먹고 자는 데가
고향이 되어버렸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애초에 고향 같은 것은 없을 지도 모릅니다.
단지 팔 다리와 눈과 코와 입과 귀와 심장과 땀샘에 기억된 마음들이 애닳게
치밀어 올라서, 잠자고 있었던 기억들의 문을 열었던 거 같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갔던 마지막 기억이 냉큼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엔 커밍아웃을 가족에게 하기 전 시절이었던 거 같습니다.
아버지의 어깨 같은 차가 배에 실리고, 나는 이층으로 올라가서 바다를 봅니다.
하늘과 섬은 그대로인데, 어쩐지 나는 그전 같지 않습니다.
그 사실이 몹시도 서운했습니다.
모든 게 섬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바다를 보며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웠습니다.
자녀의 커밍아웃을 진심으로 축하를 해 준 적도 없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원망을 쏟아 낸 당신이었지만
내 몸에 새겨진 감정의 역사는 그립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로써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 그리움이 그들의 그리움과 맞닿아 있었노라
지_보이스에 대한 나의 열망들도 사실은 그런 그리움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움 가슴으로 그리운 사람들의 손을 잡고 그리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노래를 하는 일은 그렇게 소중한 기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영원히 섬과 같이 바다 위에서 떠돈다 해도
슬픔보다 그리움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래서 서로를 위해서 걱정과 한숨을 지켜볼 수만 있다면
이별은 영원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비로써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흔한 명제는
더 이상 나에게 세상이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나의 몸과 신경계와 뇌에 새겨져서
항상 같이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팽목항의 공연은 새롭게 나를 돌봐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