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자 보다 비공개자 정보유통이 형량 더 낮아?
신상공개자 전과기록 함부로 인터넷에 올리면 아청법 적용
신상정보 비공개 대상자, 전과기록 인터넷에 올리면 처벌기준 없다(?)
지난해 12월 성범죄로 신상공개된 아버지 때문에 고민하던 17세 고등학생 아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박 군의 유서에는 아버지 사건으로 인한 가정의 고통을 호소하는 글로 마무리된다.
박 씨 가족의 생활은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다. 박 씨의 이웃들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매년 박 씨의 신상과 사진 등의 정보가 담긴 우편물을 받기 시작했다. 아청법이 개정, 강화되면서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건물의 번호와 이름 나이 사진 등의 정보가 담긴 우편물이 그 건물 소재지 읍면동의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읍면사무소와 동 주민자치센터, 학원, 청소년수련시설 등에 보내진다.
세 아들은 학교와 학원을 갈 때마다 어딘가에 아버지의 사진이 박힌 신상공개물이 있을까 불안에 시달렸고, 성범죄자가 사는 곳으로 건물이 등록되니까 나가라고 요구해 이사를 해야 했다. 이런 고민끝에 아들이 자살하자 '신상공개 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어느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신상공개자의 정보가 인터넷상에 버젓이 유통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에서는 "성범죄자 인증"이라는 글과 함께 '성범죄자 신상 고지서' 내역이 버젓이 공개됐다. 해당 내역은 성범죄자의 사진과 실명, 그리고 주소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경찰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5조에는 ‘공개정보의 악용금지’ 조항을 통해 법원이 신상공개를 명한 성범죄자에 대해 “공개정보는 아동·청소년 등을 등록대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성범죄 우려가 있는 자를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신문·잡지 등 출판물,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공개를 금지하고, 공개정보를 확인한 자는 공개정보를 등록대상 성범죄로부터 보호할 목적 외에 다음 각 호와 관련된 목적으로 사용하여 공개대상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해당 조항을 어기는 경우 같은법 65조 벌칙조항을 통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신상공개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법이 허가하는 범위 이외에 정보통신망에 유통하는 것은 처벌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신상공개 대상자'가 아닌 전과를 가진 이에 대한 정보유통에 대한 처벌기준은 찾기 어려웠다. 신상공개대상자에 대한 정보공개 피해와 '非 신상공개 대상자'에 대한 정보공개 피해를 비교하면 신상공개 대상자가 아닌 이에 대한 정보공개 피해가 더 심각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처벌기준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
경찰은 '비공개 대상자'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할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형량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더 낮다. 아청법에서 보호되는 신상공개대상자에 대한 정보유통의 경우 최대 징역 5년이지만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상공개 대상자의 정보를 불법으로 유통하는 것보다, 비공개 대상자의 전과기록을 공개하는 것이 형량이 낮은 것이다. 법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