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性]동성애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만나면?
동성애자들이 서울시내서 야외집회를 갖는다고 한다. 동성애라면 죄악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백주대낮에 가두행진까지 한다니 한국 사회가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 한바탕의 해프닝일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동성애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세월 동안 터부시되어왔다. 아직 동성애에 대한 우리사회 대중의 입장은 모호해 보인다. 영화 '왕의 남자' 또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볼 수 있듯이, 동성애라는 소재가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이나 현실적으로 동성애는 아직도 백안시되고 있다.
서양의 경우 성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성경은 "너는 여자와 하듯이 남자와 잠자지 말라. 그것은 혐오스러운 짓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요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성서의 이 가르침은 인구 증가와 영토 정복을 통해 성공한 유목민족의 자연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인구 번창이 종족 생존의 필수인 당시엔 아이를 낳지 않는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것이 마땅했었다. 하지만 인류사회가 초기 유목민시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는 데도 그 율법의 논리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무리라고 윌슨은 지적한다.
이 율법은 중세에 와서 교회와 왕권옹호에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남성 지배자들은 남성 대 여성이라는 정형화된 주체성에 기반을 둔 이성애를 제도적으로 보편화하고 그 이외의 것을 적대시해왔다.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분류함으로써 이성애 중심적이고 남녀 위계적인 지배 질서를 공고히 했다.
2차대전 당시 작센하우젠, 부켄발트 같은 나치수용소에서조차 동성애자들은 유대인이나 정치범과 구별되는 분홍색의 삼각형 표식을 달게했을 정도로 혐오의 대상으로 차별을 받았다. 이런 멸시와 적대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동성애는 엄연히 존재하였다.
킨제이 보고서에 의하면 남성의 4%,여성의 2%는 완전한 동성애자로 태어난다고 한다. 동성애는 치유할 약도 없다. 동성애가 저급한 문명의 산물도 아니다.
고대아테네 페르시아 이슬람사회 로마제국 봉건일본 등에서도 동성애를 허용하거나 승인해왔다. 일제시대 일본인 학자 아유가이 후사노신은 "신라의 화랑은 동성애 집단이었다"라고 주장했고 이 일본 학자의 주장에 동조하는 국내학자들도 있다. 변태냐, 아니냐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이렇듯 달라진다.
그리스 신화를 보자. 가니메데스는 신화에 등장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년으로,이 소년을 사랑하게 된 제우스는 독수리로 변해 그를 유괴하여 하늘나라의 동반자로 삼았다.
플라톤, 휘트먼,멜빌,모차르트, 에이젠슈테인, 록 허드슨 등등 역사적으로 저명한 시인, 소설가, 작곡가, 화가, 영화인들이 동성애자들이고 동성애자들로 추정되었고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즈도 공공연하게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생물학적으로도 백안시할 이유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동성애자들이 후손이 없는 데도 동성애 성향을 유도하는 유전자들이 유구하게 이어져온 데 주목한다. 초기 수렵채집사회에서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이 다수인 이성애자들에게 기여했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인정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성애자들은 부모라는 특수한 의무에서 태생적으로 해방됨으로써 사냥이든 가정일이든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심지어 원시시대 무당 예술가 교사 역할은 대부분 동성애자들이 맡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동성애는 도덕이나 윤리의 영역이 아닌, 문화와 인권의 영역이 된지 오래다. 다원주의 혹은 상대주의 가치관이 대세인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자연스런 일이다.
< 박문화 생활칼럼니스트 >
입력: 2007-06-01 18:04 / 수정: 2007-06-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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