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기의 탄생이 주목받은 것은 미국을 몇 년째 달궈온 동성애 논란 때문이다. 체니 부통령의 둘째딸 메리(38) 씨는 잘 알려진 동성애자. 지난해 12월 임신 사실을 처음 공개했지만 어떻게 임신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 “동성애 남성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인터넷기업 AOL의 이사인 메리 씨는 출산 직전 “(파트너인) 헤더 포 씨와 함께 아이를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체니 부통령은 그동안 강한 보수 성향 인사답게 동성애 합법화, 여성의 낙태권 인정 등 첨예한 사회 문제에 반대 견해를 밝혀 왔다.
그러나 그 역시 가족의 일만큼은 ‘내 가족의 보호’로 결론짓는 한 사람의 아버지인 듯하다. 체니 부통령은 임신 사실 공개 이후 “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할 뿐 말을 아꼈다. 이날도 “기쁘다”는 짤막한 성명만 냈다.
오히려 리버럴한 성향의 CNN이 논쟁 부추기기에 나선 느낌이었다. 올해 1월 방송에 출연한 부통령에게 방송 진행자는 “엄마 아빠의 결합이 아닌 아이의 탄생이 우려스럽다”는 보수단체의 말을 상기시키며 논평을 요구했다.
체니 부통령은 “질문이 선을 넘어섰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메리 씨 역시 “태어날 아이는 하느님의 선물일 뿐 정치적 논쟁거리일 수 없다”며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강경파 부통령의 동성애자 딸’ 출산 소식이 정치 쟁점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전쟁, 고유가 대책, 어린이 과학교육 등 미국의 장래를 좌우할 정책이 압도적인 정국에서 동성애자 커플의 양육 문제는 구석으로 밀려났다.
공화당 대선후보 8명 사이에서도 보수주의 논쟁이 여전히 ‘단골 질문 소재’이지만 표의 향배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2004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뉴욕타임스는 사고(社告)에서 ‘기독교 보수그룹’ 전담기자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런 정도로 가치관 논쟁이 정치의 중심에 놓여 있었던 만큼 미국 사회 역시 지나친 보수화 경향을 부담으로 느끼기 시작한 듯하다.
이 신문은 당시 사고에서 “그동안 보수그룹의 정치적 부상에 주목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문학담당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기자를 정치부로 배치해 집중 취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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