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수술받아야 성별정정 허용"…비용 수억원대
돈 마련위해 유흥업소 전전... 상당수 값싼 태국 원정수술...일부선"보험혜택 적용"목청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최악의 독소 조항이다." 동성애자 인권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최근 대법원이 발표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규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성전환자의 호적변경을 허가한 대법원은 지난 8일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서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을 반대의 성으로 전환"을 성별 정정 허가요건으로 정했다. 조물주의 뜻을 거슬러 반대의 성으로 변신하고 싶다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법제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대법원의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진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최현숙 위원장은 "대법원조차 사회적 편견을 갖고 성 정체성을 외양으로만 판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대부분의 성전환자들이 사회 빈곤층으로 밀려나 엄청난 수술비를 마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성전환 수술에 드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FTM(여성에서 남성으로)수술의 경우, 유방절제술과 난소ㆍ자궁 적출술을 거쳐 남성을 만들어 주는 성기성형술을 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다. 수술비용은 대략 2000만~2500만원. MTF(남성에서 여성으로)수술도 1000만~1500만원가량 들어간다. 게다가 현재 의학 수준에서 단번에 수술이 끝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대 여섯 번까지 시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대의 성으로 완전히 전환하기 위해서는 평생 억대의 돈을 써야 한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이에 따라 성전환자들은 수술비를 절약하기 위해 성소수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태국으로 원정 수술을 떠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수술후유증이 문제가 되지만 태국에서는 800만원 정도면 웬만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수술비를 마련하려는 트렌스젠더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김영욱 씨(27ㆍ서울 신림동)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로 시작하지만 자신은 늘 남성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FTM 트렌스젠더`이다. 그는 얼마 전 가슴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는 250만원. 한 달 벌이 50만원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30만원씩 꼬박꼬박 모은 끝에 간신히 마련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완전한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성기 성형 수술 등도 받아야 한다. 수술 후유증 치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또 다시 수술 비용을 모으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김씨는 수술을 모두 마치기 위한 기간을 10년으로 잡고 있다.
특히 사회적인 약자인 트렌스젠더로 살아가면서 안정된 직장을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트레스젠더들은 유흥업소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동성애자 인권연대 장병권 사무국장은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하려는 FTM들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법원의 지침은 윤락 등 불법을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국내 성전환 수술의 권위자인 동아대학교 김석권 교수(의과대학장)는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성 정체성 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성전환 수술 이전에 정신과 감정을 의무화하는 등 수술과정을 제도화하고, 궁극적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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