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찬 '다양한 성' 인정 대세수용 당연
반 청소년 판단력부족 생각않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동성애를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 대한 찬반 논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4일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의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개별심의기준’ 항목 가운데 ‘수간을 묘사하거나 혼음, 근친상간, 동성애, 가학·피학성음란증 등 변태성행위, 매춘행위, 기타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에서 ‘동성애’ 부분을 삭제하기로 입법예고했다. 이번 결정은 위원회의 심의기준을 바탕으로 인터넷·도서·영상물 등을 심의해온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간행물윤리위원회·영상물등급위원회 등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에 대해 네티즌 사이에서는 청소년들은 올바른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동성애 부분을 빼는 건 문제가 있다는 주장과 동성애는 정상적인 성적 취향인만큼 적절한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서 빼는 것을 반대하는 주장의 핵심은, 청소년들은 성인과 달라서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youth.go.kr)의 게시판에서 ‘박신정’이라고 밝힌 이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성인들이라면 상관 없다고 보지만 성적호기심이 왕성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 힘들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조금의 강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심의기준 삭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또 ‘김강수’라는 이는 “당신의 자녀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따라 동성애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동성애자와 인권단체들의 의견만 수용하고 수많은 부모들의 의견은 무시해도 되는가”라고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청보위 정신차리시오’라고만 쓴 이는 “동성애를 존중하는 흐름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그것은 성인 사회에 한정될 필요가 있다”며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이고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범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용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미정’이라는 네티즌은 ‘다음’의 토론게시판에서 “찬성하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동성애자를 죄인 취급,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는 말아야겠다”면서도 “사회가 그들을 포용하되, 공개적으로 개방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조처를 찬성하는 이들은 동성애를 변태적인 성행위로 보지 않고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게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주장을 편다. 특히 ‘동성애’를 삭제한다고 해서 모든 동성애 표현물이 청소년들에게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이성애 표현물과 같은 기준에 따라 규제되기 때문에 청소년이 ‘음란물’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음’의 토론게시판에서 ‘Kate Lee’라는 네티즌은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진보주의자라면 동성애에 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는 대한민국 사회도 문화적인 면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버릴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Eis’라고 밝힌 이는 “정상과 비정상을 칼로 두부 자르듯 벨 수 있는 잣대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성애자들의 사랑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소수의 동성애자들의 사랑도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 게 자연스러운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랑하세요’라는 아이디를 쓴 네티즌은 “(동성애 사이트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한 것 자체가 좀 어이없던 일”이라며 “그런 사이트에 들어간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다 동성애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개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유해사이트로부터 보호하는 실질적인 조처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균걸즈’라고 적은 이는 “청소년들은 이미 이성이든 동성이든 간에 수많은 포르노 사이트에 노출되어 있다”며 “무책임한 이 사회가 청소년들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이 지난 5일부터 네티즌을 상대로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는 9일 오전 현재 참가자 1만5492명의 55.3%가 이번 조처에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반대는 전체의 39.9%이며 4.8%는 판단을 유보했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