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아냐! 자살 아냐!'
홍콩스타 고(故) 장궈룽(장국영)의 일대기를 묘사하는 뮤직비디오가 촬영에 들어가기도 전에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실력파 가수 고릴라가 지난달 18일 장궈룽을 기리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키로 결정하고 남성 간의 키스신을 포함한 계획안 일부를 공개하자(본지 2월19일자 보도) 한국을 비롯해 홍콩·일본 등의 장궈룽 팬클럽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법적 압박을 가해오는 등 국제적 파장이 일고 있다.
홍콩 유력지 <동방일보>가 지난달 중순 '한국의 가수가 장궈룽을 기리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동성애를 묘사하는 장면을 상당수 포함시켜 논란이 예상된다'는 본지 인용 기사를 게재하자, 이를 접한 홍콩의 장궈룽 팬클럽이 국내 팬클럽을 통해 프로젝트를 기획한 제작사 스카이블루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해온 것.
일본의 팬클럽은 이 소식을 접한 후 팬클럽 관계자가 직접 방한해 현재까지 모 호텔에 머물며 "뮤직비디오가 제작되거나 방영될 경우 만만찮은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전해오고 있는가 하면 국내 팬클럽 역시 해당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뮤직비디오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3국의 팬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동성애와 자살에 대한 묘사 부분이다.
당초 고릴라의 소속사인 스카이블루는 일부 장면에서 남성 간의 동성애를 연출하며 특히 방송용이 아닌 모바일 및 인터넷용 뮤직비디오에 남성 간의 아찔한 키스신을 비롯, 파격적인 노출신과 베드신까지 담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관련 캐스팅 및 스토리보드 작업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3국의 팬클럽측은 "장궈룽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단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며 "이는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므로 막겠다"고 맞섰다.
또 자살이 묘사되는 것에 대해서도 홍콩 내부에서조차 자살이 아니라는 설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고릴라의 소속사는 이같은 국제적 반발에 크게 당황하며 아직까지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앨범 출시를 불과 2주밖에 남겨두지 않은 스카이블루의 한 관계자는 "고릴라가 순수한 의도로 장궈룽을 기리는 '꽃'이라는 곡을 만든 만큼 당연히 뮤직비디오도 장궈룽을 묘사해야 한다"고 팬클럽의 반발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가수의 순수한 뜻을 해칠 수 없어 일단 장궈룽 관련 뮤직비디오는 촬영하되 충돌이 예상되는 동성애 및 자살 묘사는 수위를 낮추거나 아예 거론치 않을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한발 뒤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현재 소속사는 팬클럽측과 활발하게 교섭하며 이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다각적인 방법을 물색하고 있다.
강수진 기자 kanti@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