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송민성 기자]
<한겨레신문>의 '여성동성애 에이즈감염 첫 확인', '남성동성애자 28% 헌혈경험'(1월 8일자) 보도를 규탄하는 8개 단체 공동기자회견이 4일 오전 10시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열렸다.
<한겨레>의 안종주 보건복지전문기자는 사단법인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의뢰를 받아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팀이 작성한 '고위험군 성행태 및 에이즈 의식조사 보고서'라는 연구용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2명의 여성동성애자가 동성애 관계로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1월 19일 <한겨레>의 '왜냐면'란에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모임 친구사이의 최준원 대표가 '<한겨레> 에이즈기사, 유감'이라는 반박문을 싣고, 같은 난에 안 기자가 다시 '에이즈 기사는 동성애 편견과 무관'(1월 26일)이라는 반론글을, 이에 대해 또 다시 HIV/AIDS 감염인을 위한 모임 '세울터'의 가브리엘 홍보부장이 '에이즈는 '게이돌림병'이 아니다'(2월 1일)라는 재반론글을 게재하면서 논쟁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HIV감염인을 위한 모임 '러브포원' 등의 8개 단체는 이같은 <한겨레신문>의 보도가 HIV감염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하며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와 사과문, 안 기자에 대한 적절한 문책 등을 요구했다.
박광서 러브포원 대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없어져 주어야 할 사람쯤으로 취급당하면 이미 사회적으로는 죽은 것"이라며 비감염인의 생명과 인권이 중요하듯 감염인들의 생명과 인권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원 친구사이 대표는 "안 기자가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설문조사에만 의지한 채 기사를 썼다"면서 연구용으로만 사용될 예정이던 보고서를 기사화한 것은 도의적 책임을 망각한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지지발언을 한 인권운동사랑방 최은아 간사는 "언론은 사회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해석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한겨레>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의 동성애자에 대한 보도 행태는 이러한 관점에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부대표는 "감염인의 인권을 무시한 채 피감염인 숫자만 하나 줄이면 인권이 보호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번 자리가 동성애자와 HIV/AIDS 감염인들에 대한 왜곡과 인권유린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자회견을 정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8개 단체는 한겨레신문사로 이동해 항의집회를 가졌다. 애초 8개 단체는 면담요청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 이날 편집부와의 면담을 계획했으나 <한겨레>측의 거부로 면담은 열리지 않았다. <한겨레>는 정욜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문을 보내면 일주일 이내에 답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8개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2월 18일까지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가 요구안을 이행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유엔HIV/AIDS계획(UNAIDS)에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의 인권침해 사실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민성 기자 (ichae19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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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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