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3-06-04 () 10면 858자
`오염혈액` 약제조 4개제약사 소송
세계 각국의 수천명 혈우병 환자들이 에이즈바이러스(HIV)나 C형간염바이러스(CHV)등에 오염된 혈액인 줄 알면서도 이를 판매한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4개의 회사는 바이엘사, 박스터건강사, 아머제약사, 알파치료사다.
3일 BBC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소송 변호인인 로버트 넬슨은 이들 회사가 재소자와 정맥주사이용 마약중독자, 난잡한 성행위를 즐기는 동성애자, 간염바이러스 병력 소지자 등 고위험군에서 채취한 혼합 혈장을 이용, 혈액응고제(8, 9인자)를 제조,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넬슨은 소장에서 제약회사들이 지난 84년부터 1년간 미국 내에서는 HIV와 CHV의 감염 위험 때문에 문제의 혈액응고제의 판매를 중단했음에도, 아시아와 남미에서는 계속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뉴욕타임스가 지난 84~85년 바이엘사의 미국내 자회사인 커터 바이오로지컬이 미국내에서는 이미 새롭고 안전한 열소독 처리된 혈액응고제를 판매하고 있는 동안에도, 홍콩, 일본등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에 감염위험이 있는 10만병이상의 구형 약품을 재고(在庫) 처리 명목으로 팔아치운 결과, 100명 이상이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폭로한 지 2주도 채 안 돼 제기된 것이다.
넬슨은 “오염혈액은 이제 세계인의 비극이 되고 있다”며 “수천명의 혈우병환자들이 에이즈로 불필요하게 죽어갔고 또 다른 수천명이 HIV나 CHV에 감염됐다”고 지적했다. 99년 프랑스 전보건장관은 80년대 중반 허술한 혈액체계를 운영, 다수의 에이즈 감염자와 사망자를 발생시켰다는 이유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2년 전 캐나다 대법원도 캐나다 적십자가 HIV전파 우려가 있는 헌혈자의 혈액을 철저히 거르지 않았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윤성혜기자 sh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