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3-05-12 () 00면 779자
블레어,종교단체에 동성애자 해고권 부여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신학교와 교회, 간호시설 등 종교에 기반을 둔 고용주들에게 `동성애자 해고권'을 부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2003 고용평등법'이 정부 내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신념과 종교에 근거를 둔" 고용주들에게 광범위한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인권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성애 차별철폐운동단체인 `레즈비언ㆍ게이 기독교운동'은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동성애 혐오'를 제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다른 인권단체들은 블레어 총리가 종교단체들에 의해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2003 고용평등법'은 당초 직장에서 종교나 성에 근거한 차별과 편견을 척결하기 위해 입안된 것으로 고용과 승진, 훈련 등에서 차별을 가하는 모든 행위를 불법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기 직전, 총리실의 `최고위 층'이 직접 개입해 예외조항을 삽입하는 등 `물타기'를 했다는 것이다.
새로 삽입된 조항은 고용주가 "종교 교리에 따르거나 상당한 교인을 가진 확고한 종교적 신념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행동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성공회 등 기독교 단체들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영국 정부의 한 대변인은 "종교 교리나 신념이 관련된 경우에는 정부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예외를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