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에이즈종양바이러스과)가 대한치과감염학회(이하 감염학회)와 함께 치과병의원에서 에이즈 검사를 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2010년 7월27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승철 대한치과감염관리학회장은 “질병관리본부가 치과에서 에이즈 조기진단을 위한 기준 마련을 과제명으로 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라며 “이를 통해 치과에서도 조만간 에이즈 검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에이즈 검사가 치과에서 시행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보도에 의하면 질병관리본부는 연구가 종료되는 내달 말 즈음 행정예고를 할 것이라고 이미 밝히고 있다.
HIV/AIDS 감염인 당사자들과 HIV/AIDS 감염인 인권을 지지하는 우리들은 질병관리본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HIV/AIDS 검사 정책을 접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재 추진하려고 하는 치과에서의 HIV/AIDS 검사 시범사업은 단 한번도 HIV/AIDS 감염인들과 상의된 바가 없이 정부관료자들과 의료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이 정책은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HIV/AIDS 감염인들이 치과에서 진료 받을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박탈할 것이다.
2010년 6월에 개최된 대한치과감염학회의 학술대회 자료에 의하면 잠재 감염인들의 조기색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치과에서 HIV/AIDS 감염인들을 스크리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색출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이즈 감염인의 조기 발견과 치료의 목적보다는 보다 편리한 검사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의료인 자신들을 보호하는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사 과정 중 HIV/AIDS 감염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을 때 과연 치과 진료가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에이즈 감염인들의 치과 접근권은 매우 낙후되어 있다. HIV/AIDS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치과병의원에서 밝히면 치료를 거부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감염인 스스로도 병의원을 아예 찾지 않거나 대학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위해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감염학회는 치과에서 HIV/AIDS 스크리닝을 하게 되면 ‘보다 안전한 치과진료 환경이 조성’ 되어 의료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고 한국에서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는 외국인 환자를 더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승철 학회장도 이 제도가 치과병원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결국 HIV/AIDS에 대한 편견은 해소할 생각도 없이 의료인 자신들만의 건강을 보호하고 HIV/AIDS 환자들의 치과접근을 차단하며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이 제도가 도입하겠다는 그들의 의도인 것이다. 치과병의원의 이윤창출에 밀려 HIV/AIDS 감염인들의 치과 진료접근권은 아예 박탈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정부와 감염학회가 HIV/AIDS 감염 확산방지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HIV/AIDS 감염인들의 치과 진료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료인 스스로 HIV/AIDS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보다 깨끗한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에이즈 검사는 전국의 모든 보건소에서 익명으로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치과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에이즈 간이키트기 검사를 하게 되면 병원에서 무상으로 검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가의 키트기와 수가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을 한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치과감염학회는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환자들의 부담으로 넘기게 된다면 HIV/AIDS 검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병원이윤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HIV/AIDS 감염인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치과진료를 통해 보다 손쉽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감염 사실을 확인하려고만 하고 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HIV/AIDS 검사를 쉽게 받지 못하는 것. 감염인들이 일반 병의원에서 의료인의 편견으로 인해 치료받지 못하는 것. 의료인이 HIV/AIDS에 대해 꺼려하는 것 모두 질병관리본부의 책임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은 망각한 채 잠재된 에이즈 감염인이 많을 것이라는 공포만 키우고 있는 지금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에이즈에 대한 조기발견과 치료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치과에서 에이즈 검사를 하기 전에 의료현장에서 에이즈 감염인의 대한 차별적인 진료가 없는지. 치료거부가 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초연구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만약 HIV/AIDS 감염인들의 보편적인 의료 접근권을 아예 박탈해버리는 지금의 검사정책이 무리하게 시행된다면 우리 역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10년 7월 29일
감염인을 위한 모임 ‘Love4one', 한국 HIV/AIDS 감염인 연대 ’KANOS', PL커뮤니티‘건강나누리’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