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입니다. 이번 달에는 무리하게 도전했다가 자칫 스트레스 지수만 올릴 수 있는 난해한 책보다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몇 권 추천합니다.
먼저 프랑스의 청소년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마리 오드 뮈라이의
‘오, 보이!’(도화진 옮김, 솔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잘 난 것도 없으면서 까칠하기만 한 이십대의 게이청년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복동생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유쾌한 소동극입니다. 세제를 먹고 자살한 엄마, 가난한 게이, 이기적인 이복누나, 배우자의 폭력에 시달리는 옆집 여자, 백혈병에 걸린 소년, 냉정하고 고집스런 의사 등이 어려움 속에서도 유머와 기지로 서로 마음을 열어가며 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번역 출간된 지 꽤 오래되긴 했지만 지금 한국에서 읽기에는 여전히 신선합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유명한 SF시리즈 스타트랙의 작가이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인 데이비드 제롤드의 자전적 소설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정소연 옮김, 황금가지)입니다. 싱글인 게이가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믿는 말썽장이 소년을 입양한 후 아버지와 아들이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첫 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울렸다 웃겼다 하는 흥미진진한 소설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지하고 무게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해가 지기 전에’(변선희 옮김, 이룸)를 추천합니다. 쿠바의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혼란의 시대를 거치며 작가이자 반체제인사로서 또한 동성애자로서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고백한 자전적 소설입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2000년 쥴리앙 슈나벨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내에서도 개봉된 적이 있었지요. 어쩌면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치열한 삶의 고백이지만 쿠바의 현대사에 관심 있던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는, 이국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책입니다.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나 휴가를 앞 둔 직장인이라면 소설책을 가방에 넣고서 어디론가 떠나는 독서 여행을 계획해보면 어떨까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거나 떠날 곳이 없다면 방안에서 혹은 서늘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하루도 멋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