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와 국회...... 한심스러워
우리 단체도 함께 하는 '서울학생인권조례 서울본부'에서 논평을 내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대한 논평]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이 폐지됐다 하더라도
학생인권 보장 책무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 폐지가 포함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급작스레 통과됐다. 이번 개정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강화된 것인 양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 폐지는 현재 학교 민주주의의 수준에 비추어볼 때 외려 학교장의 독재만 강화하고 학생인권조례에도 커다란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 우려된다.
우리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 폐지가 가진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학생인권조례는 개별 학교의 학칙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조례에 불복종하는 학교들을 견인해낼 규제 장치를 별달리 갖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조례의 현장 정착을 가능케 하는 보조적 장치가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이었다. 이 권한을 바탕으로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한 학칙에 대한 인가를 거부함으로써 문제가 많은 학칙들이 다시금 개정될 수 있도록 견인해낸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이 같은 권한이 폐지됨으로써 학생인권조례에 불복한 학칙이나 민주적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학칙들을 견제할 중요한 수단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조만간 교과부가 추진 중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까지 개악되고 나면,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미칠 수 있는 힘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학교장의 독단적 권한만 강화하고 학교사회 안에서 상대적 약자인 학생의 인권이 다시금 외면당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어떻게 학교 자치의 강화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학내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감의 권한만 축소한다고 학교자치가 곧장 강화된다는 말인가.
학생인권조례의 입법적 의미를 법률을 통해 확장하고 지원해야 할 책임을 지닌 국회가 학교 민주주의의 현실과 학생인권에 대해 이토록 조야한 이해밖에 하지 못하고 있음은 심히 개탄스럽다. 이번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인해 보수적 교육관료와 학교장들의 학생인권조례 불복종 움직임이 거세지고 그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 주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회는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스스로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덧붙여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이 폐지됐다 하더라도 학생인권조례에 위반된 학칙이 버젓이 활개를 치는 일이 없도록 초중등교육법과 학생인권조례에 규정된 인권 보장 책무를 여전히 다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장들에게도 동일한 책무가 부여되어 있다. 이번 법 개정을 명분 삼아 학생인권조례에 공공연히 반기를 드는 학교장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12년 2월 28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